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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4052592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4-08-05
책 소개
목차
중세 지도 4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11
주(註) 323
리뷰
책속에서
캐드펠은 아이에게서 눈을 떼 라자루스 노인을 쳐다보았다. 어린 브란이야 자기보다 운 좋은 이들이 차려입은 멋진 색의 예쁜 옷들을 봐도 시샘이나 욕심 같은 건 전혀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하지만, 경험 많은 노인으로선 그림의 떡을 바라보는 마음이 꽤나 고통스러울 터였다. 행렬이 지나가는 내내 노인은 뒤따르는 귀족 부인이나 하인들은 안중에도 없이 그 세 사람만을 바라보았다. 두건과 가리개 사이에서 얼음처럼 차갑게 빛나는 그의 파란 눈은 신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단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심지어 맨 끝의 조랑말 무리가 길의 굽이진 곳을 돌아섰을 땐, 마치 문지기실까지 그들을 쫓아가서는 담을 뚫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속 그들을 응시할 기세였다.
정말이지 멋진 광경이라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캐드펠 또한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문득 그의 머릿속에 그간의 사정이 훤히 떠오르는 듯했다. 조슬린 루시는 돔빌의 금붙이에 손을 대지 않은 게 분명했다. 애그니스가 허브밭에서의 밀회를 남편에게 일러바치자 피카르는 신랑이 될 돔빌에게 언질을 주며 주의를 환기시켰고, 이에 위기를 느낀 신랑이 루시를 해고한 것이다. 도둑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씌워 감옥에 안전하게 가둬놓으려는 계획 역시 이미 조슬린 루시를 해고할 당시 치밀하게 세워져 있었을 터였다. 그들로서는 그를 자유롭게 놓아줄 수 없으니까. 그는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니까.
예전엔 이따금씩 보이곤 하던 웨일스의 그늘진 곳에서도 이젠 거의 찾기 어려워졌으나, 캐드펠은 그 식물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알기에 아직까지 이곳 잉글랜드에서는 그 꽃이 발견된 적이 없었다. 담석용 가루약이나 물약을 만들기 위해 그 씨를 좀 얻고자 했을 때도 이 진귀한 식물의 유사종을 얻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조금 시들긴 했지만 아주 최근까지 잘 자라고 있었던 듯한 그 식물을 보면서, 이제 그의 머릿속은 새로운 궁금증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 푸른색 개지치 덩굴이 왜 여기 붙어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