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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생활풍속사
· ISBN : 9791166842771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3-11-2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 산행을 시작하며
내 가까이 있는 지리산
닮고 싶은 산, 우러르고 싶은 산
산행의 기록, 유산기
2. 남악으로서의 지리산 위상
3. 같은 산 다른 느낌, 지리산의 형상
성인(聖人)의 품을 지닌 산, 남효온
구도(求道)를 위한 성찰의 산, 조식
사마천의 문장과 두보의 시를 닮은 산, 유몽인
무속의 성지가 된 산, 박여량
천제(天帝)를 닮은 산, 안익제
4. 지리산과 사람, 그리고 산행문화
치자(治者)의 염원을 담은 일월대
바위에 이름을 새기는 이유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하는 것들
유교와 불교의 사이
5. 지리산의 오래된 미래
땅으로 내려온, 지리산 성모
섬진강의 눈물, 하동 악양정
옛 영광을 찾아라, 산청 환아정
전통과 현대의 조화, 남사예담촌
부록
참고문헌
책속에서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직접 산수 자연을 찾아 나서는 건 여전히 쉽지 않거니와, 산수 자연을 찾았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인연이 닿지 않아 발길을 되돌려야 할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 옛 선현들은 어찌했던가. 그들은 산수 자연을 찾아갈 수 없을 바에는 그 대상을 내 곁으로 끌어들여서 즐겼다. 산수 자연을 내 집 안으로, 내 방 안으로 혹은 내 마음속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바로 누워서 산수를 노니는, 와유(臥遊)의 방식이다.
위 두 편의 한시는 모두 천왕봉을 두고 읊은 작품으로, 남명의 기상을 드러내는 대표작으로도 유명하다. 덕산에서는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천왕봉이 훤히 올려다보인다. 남명은 매 순간 천왕봉을 보면서 하늘이 울지언정 끄떡도 않는 그 의연함을 배우고, 나아가 이 세상의 커다란 울림이 되고 싶었다. 어떤 어려움에도 큰선비의 책임과 지조를 내려놓지 않는, 그러면서도 세상과 융합된 삶을 살고자 하였다. 우뚝하니 솟아 한순간도 이고 있는 하늘을 내려놓지 않으면서도, 하늘과 자연과의 일치를 이루는 천왕봉의 강인함과 변함없는 자세를 견지하려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곧 천도(天道)에 다가가 있는 천왕봉을 통해 자신을 그 경지로까지 끌어올리려 하였다. 남명에게 있어 천왕봉은 자신이 도달해야 할, 추구해야 할 구도의 극치이자 닮고자 한 목표였다. 그래서 쉼 없는 노력을 통해 언젠간 그 이상을 이루리라 염원하였다.
지리산 천왕봉의 영웅 기상이 없어져서 지금 이 시대는 오랑캐가 날뛰는 세상이 되었고, 그래서 천왕봉이 예전의 그 우뚝한 기상을 회복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은 곧 우리나라의 상징이고, 우리 임금을 표상하기 때문이다. 천왕봉의 기상이 쇠퇴하여 국력이 약해졌고, 나아가 나라가 침략당하는 수난을 겪고 군주가 억압과 멸시를 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안팎의 위기에서 나라를 보존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지리산 천왕봉이 그 영험한 빛을 회복하는 길이며, 그래야만 이 땅에도 안정된 세상이 열린다고 희망하였다. 그래서 이 나라와 이 땅을 다스리는 임금의 강건함을 축원하였고, 대대손손 이 나라를 영원하게 해 달라 염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