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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미학/예술철학
· ISBN : 9791167903136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5-07-2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프롤로그
연대기 1806~1843
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주 / 참고 문헌 / 인물 설명 / 도판 출처
리뷰
책속에서
한 인간의 삶에 담긴 진실은 언어로 온전히 정의될 수 없고, 어떤 방식으로든 감추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는 방법론적 원칙이다. 삶의 진실은 오히려 전기傳記에서 담론적으로 표현 가능한 수많은 사건과 사실이 수렴하는 무한한 소실점처럼 나타난다. 존재의 진실은 비록 명확하게 형상화될 수 없지만, 존재를 하나의 ‘형상’으로, 즉 실재하지만 숨겨진 의미를 암시하는 것으로 구성함으로써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삶을 하나의 형상으로 인식하는 지점에서만 그 삶을 구성하는 모든 사건이 우연적인 그럴 듯함 속에 자리를 잡는다. 즉, 삶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이 삶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는 모든 환상을 내려놓게 되는 것이다…… 횔덜린이 탑에서 보낸 삶은 이 형상적 진실에 대한 끊임없는 검증이다. 그의 삶은 방문객들이 세세히 기술하려 한 일련의 크고 작은 사건과 습관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횔덜린이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고 말한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형상 안에서의 삶은 순수하게 인식 가능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결코 그 자체로 앎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책에서 시도하려는 바처럼, 삶을 형상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삶을 앎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포기하고 그의 삶을 훼손되지 않은 인식 가능성 자체로 지켜내는 것을 의미한다.
1802년 5월 중순, 횔덜린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 어떤 연유로 보르도의 마이어 영사 가문의 가정교사직을 3개월 만에 그만두고 서둘러 독일로 돌아온다. 여권을 신청한 후 걸어서 앙굴렘, 파리,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독일로 향했다. 스트라스부르 경찰국이 횔덜린에게 통행증을 발급해준 것은 6월 7일이다.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시체처럼 창백하고 쇠약하며 움푹 파인 눈에 눈빛은 거칠고 길게 자란 수염과 머리에 거지 같은 옷차림을 한 남자”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프리드리히 마티손 집 앞에 나타나 “동굴에서 날 법한 목소리로” 단 한마디를 내뱉었다. “횔덜린.”
셸링에 따르면 횔덜린은 ‘완전한 정신적 부재 상태’였지만 그리스어 번역은 가능한 상태였는데, 이는 마치 소포클레스 번역 작업이 대단한 지적 능력을 요하지 않는 일처럼 들리게 한다. 또한 횔덜린의 말투에서는 광기를 느끼지 못했다는 진술까지 감안한다면 셀링은 횔덜린의 광기를 오직 외형에서만 찾은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 만약에 그렇다면 횔덜린은 미치지 않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