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8343115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5-08-13
책 소개
목차
서문
1부
2부
3부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그 남자에게 어떤 감정도 없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나 나와 마찬가지로 진짜였다. 진짜 포유류, 이배체 진핵 유인원 말이다. 자정이 되기 5분 전까지만 해도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블랙커피를 마시던 그 동물. (걱정하지 마시라. 커피와 커피 때문에 겪은 나의 재난에 대해서는 잠시 후 설명하겠다.) 인간의 정신이 한 번도 닿아본 적 없는 곳, 지식의 한계선에서 해답을 발견하고 앉은 자리에서 뛰쳐나올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생명체.
해답을 찾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본체’들에게 잡혀갔다. 나의 고용주들 말이다. 나는 심지어 그를 만나보기까지 했다. 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것으로—그야말로 불완전한—스캔이 이루어졌다. 육체적인 복제는 완벽했지만 정신적인 복제는 그렇지 않았다. 알겠지만, 인간의 뇌는 복제할 수 있어도 그 안에 저장된 것은 복제할 수 없다. 어쨌거나, 많이 복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아주 많은 것을 직접 습득해야 했다. 나는 지구라는 행성에 갓 태어난 마흔세 살 신생아나 다름없었다.
정상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하라.
네.
그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하라.
압니다.
너무 성급하게 도망치려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래도 여기 있기 싫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럴 수 없다는 건 알 텐데. 아직은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교수의 연구실에, 그다음에는 교수의 집에 가야 하니까요.
그 말이 옳다. 그래야겠지. 하지만 우선 침착하게 그들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그들이 널 보내려는 곳에 가라. 그들이 너한테 시키려는 일을 하라. 절대 널 보낸 존재를 발설해서는 안 된다. 당황하지 마라. 이제 앤드루 마틴 교수는 그들 중 한 명이 아니다. 네가 그들 중 한 명이다. 시간은 있을 거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으므로. 그래서 조바심을 낸다. 인간의 목숨은 짧지만 네 목숨은 그렇지 않다. 그들처럼 되지 마라. 주어진 선물을 현명하게 사용하라.
내가 문으로 가려는데 걸리버가 말했다. “네. 깨어 있었어요. 아빠가 나한테 말을 했죠.”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뭐라고? 내가 뭐라고 했어?”
“자기가 인류의 구원자가 됐다나.”
“더 구체적인 얘기는? 내가 자세한 내용도 말했니?”
“아빠가 그 소중한 ‘레인맨 가설’을 증명했다고 했어요.”
“리만이야. 리만. 리만 가설. 젠장, 내가 너한테 그 얘기를 했구나. 맞아?”
“네.” 걸리버는 여전히 침울한 투로 말했다. “일주일 만에 나한테 처음으로 한 말이었어요.”
“누군가에게 그 얘기를 했어?”
“뭐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은 아빠가 벌거벗고 시내 한복판을 걸어 다녔다는 사실에 더 관심 있다고요. 누가 방정식 같은 것에 신경이나 쓰겠어요?”
“네 엄마는? 엄마한테는 말했니? 내가 사라지고 네 엄마가 나랑얘기했느냐고 묻지 않았니? 당연히 물어봤지?”
걸리버가 어깨를 으쓱했다(나는 이 동작이 십 대의 주된 의사소통 방법임을 깨달았다). “네.”
“그래서? 뭐라고 했어? 자, 말해, 걸리버. 네 엄마가 리만 가설에 대해서 뭘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