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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68613799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4-10-30
책 소개
목차
발간사
은냇골을 찾아서
떠돌이 환쟁이
열여섯 살의 아지랑이
검정빛 고운 손바닥
고향에 돌아오니
겨울밤의 메아리
흔들리는 산줄기
수상한 나그네
함박눈 쏟아지는 밤
떨어진 날벼락
불타는 여름
달빛 아래에서
구름을 따라서
검은 자화상00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 장에 두 개씩, 열여덟 살 총각의 손바닥과 열여섯 살 처녀의 손바닥이 마치 무슨 검정색 꽃송이처럼 곱게 떠올라 보였다.
병칠이는 그것 한 장을 선애에게 주며 말했다.
“한 장은 니가 갖고, 한 장은 내가 갖는 기라. 이기 무슨 뜻인지 알겠제?”
선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걸 가슴에 품고 일본에 갈라 캐. 돌아올 때까지 늘 가슴에 품고 있을 끼니까, 니도…….”
“…….”
말없이 살짝 고개를 떨구는 선애의 얼굴에는 약간 쑥스러우면서 도 슬픈 듯한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 해보며 살맛 안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뜻밖에 형의 입에서 국방경비대 얘기가 나왔으니,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군대라는 말에 처음에는 좀 얼떨떨했으나, 잠시 후 병칠이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총이었다. 총— 그렇다. 바로 그거다. 총을 손에 쥐어야 된다 싶었다. 총을 마구 쾅쾅 쏘아댄다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 그리고 그것으로…… 문득 섬뜩한 생각이 머리를 때리자, 병칠이는 그만 등골이 썰렁해지며 버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것은 으스스하도록 기분 좋은 전율이었다. 두말없이 입대하기로 병칠이는 마음을 굳혔다.
다락 바닥에 밀착시키고 있던 머리를 번쩍 쳐들고 바깥의 기척에 귀를 곤두세웠다. 정말 너무나 의외의 일에 어리둥절하고 얼떨떨하면서도, 우선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도대체 누구길래 이 집 물건에는 손을 대지 말고 물러나오라는 것일까……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동무들 어서 대문 밖으로 나가! 다른 집으로 가서 보급투쟁을 하라 말이다!”
다시 호령소리가 들렸다.
“아니 혹시…….”
두성이의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은혜를 갚을 날이 반드시 온다. 멀지 않았대이. 두성아, 그때 보재이’ 하던 김학수의 말이었다. 숙직실에서 자고, 새벽에 교무실까지 같이 가서 사친회비로 거둬둔 돈까지 모조리 긁어가지고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