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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0400011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9-07-05
책 소개
목차
1부 나를 부른 이름
나를 키운 팔 할은
언제나 꿈꿔온 순간이 지금 여기
야간비행
한여름 밤의 라디오
당신과 조우
속삭임
여름의 풍속
기우뚱-하다
현수막 휘날리며
부사副詞와 인사
나의 기원, 그의 연애
말의 약점
카드놀이
초겨울
안아볼 무렵
몸과 바람
2부 너와 부른 이름
생일 축하
여름의 속셈
그녀에게 휘파람
연호관념사전
말言 주변에서, 말주변 찾기
그녀의 푸른 손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 헤르타 뮐러, 『숨그네』
두근두근 산해경山海經
3부 우릴 부른 이름들
알록달록한 점점點點
리듬의 방향
-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과 폴란드 북부도시 그단스크
문장 영향권
점, 선, 면, 겹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아는 얘기, 모르는 노래
빛과 빚
잊기 좋은 이름
-단편 「물속 골리앗」 작가노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고3 여름방학 때 나는 사범대학에 가라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몰래 예술학교 시험을 봤다. 그건 내가 부모에게 한 최초의 거짓말은 아니었을지라도 결정적 거짓말이었다. 나를 키운 팔 할의 기대를 배반한 작은 이 할, 나는 그게 내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릴 때까지 내 몸과 마음을 길러준 팔 할, 갈수록 뼈가 닿고 눈과 귀가 어두워져가는 그 팔 할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어릴 땐 꿈이 덤프트럭 기사였고, 아는 것 적고 배운 것 없지만 '그게 다 식구니까 그렇지'라는 말로부터 멀리 달아나셨던 분, 그렇지만 아주 멀리 가지는 못하신 분. 내겐 한없이 다정하고 때로 타인에게 무례한, 복잡하고 결함 많고 씩씩한 여성. 그리고 그녀가 삶을 자기 것으로 가꾸는 사이 자연스레 그걸 내가 목격하게끔 만들어준 칼국수집 '맛나당'이 나를 키웠다, 내게 스몄다.
―「나를 키운 팔 할은」
나는 뮤직비디오 속 인물들처럼 근사한 비애도, 처참한 아픔도 한번 빠짐없이 느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마침 내게 ‘사귀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처음 보는 어느 상급생 오빠였다. 나는 운동장 멀리서 그 오빠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한 뒤 소식을 전하러 온 ‘방자’에게 무턱대고 ‘알았다’고 했다. 그러곤 무척 내성적인 데다 수줍음이 많았으리라 짐작되는 그 오빠와 소극적인 교제를 시작했다…… 보름 만에 끝냈다. ‘그만하자’ 얘기한 건 내 쪽이었는데(뭘 시작했다고), 그즈음 교내 체육대회에서 그 오빠가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는 또래들 틈에서 너무 매가리 없이 휘청대고 끌려가는 걸 보고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꿈꿔온 순간이 지금 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