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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71311651
· 쪽수 : 648쪽
· 출판일 : 2025-06-23
책 소개
목차
서론
1 반항하는 인간
2 형이상학적 반항
3 역사적 반항
4 반항과 예술
5 정오의 사상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책속에서
어쨌든 반항은 그것의 태도, 주장, 성과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에게 그 타당성을 제시해줄 수 있었다. 아마도 반항이 얻어낸 결실 가운데는, 우리가 부조리로부터 얻어낼 수 없었던 행동 규범, 적어도 살인할 권리 혹은 의무에 대한 하나의 지침, 그리고 끝으로 창조에의 희망이 담겨 있다. 인간은 생긴 그대로이기를 거부하는 유일한 피조물이다. 문제는, 이 거부가 과연 인간을 오로지 자신과 타인들의 파괴로만 몰고 가는가, 반항은 반드시 전 지구적인 살인의 정당화로 끝나야 하는가, 아니면 그와 반대로, 가당치 않은 무죄의 주장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 대신 납득 가능한 어떤 유죄의 원리를 찾아낼 수는 있는가 하는 점을 알아보는 데 있다.
― 〈서론〉
그에 앞서 우선, 세계의 부조리와 명백한 불모성을 무엇보다 먼저 뼈저리게 느꼈던 하나의 성찰이 반항적 정신에 의해 이룩하게 되는 최초의 일보 전진을 주목하자. 부조리의 경험에 있어서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다. 반항적 운동을 기점으로 그 고통은 그것이 집단적인 것임을 의식한다. 그 고통은 인간 모두의 모험이다. 이상함의 느낌에 사로잡힌 인간이 최초로 내딛는 진일보는 그러므로 이 이상함을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느낀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의 현실은 그 전체에 있어서 자아로부터의, 그리고 세계로부터의 그 거리감이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오직 한 사람만 앓고 있던 병이 집단적 페스트로 변한 것이다. 우리가 겪는 일상적 시련 속에서 반항은 사유의 차원에서의 ‘코기토cogito’와 같은 역할을 한다. 즉 반항은 원초적 자명함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나 이 자명함은 개인을 그의 고독으로부터 끌어낸다. 반항은 모든 인간들 위에 최초의 가치를 정립시키는 공통적 토대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 〈1. 반항하는 인간〉
형이상학적 반항의 역사는 그러므로 무신론의 역사와 혼동될 수 없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그것은 심지어 종교적 감정의 우리 시대 역사와 겹쳐진다. 반항하는 인간은 부정하기보다는 도전한다. 적어도 원초적으로는, 반항하는 인간은 신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만 대등한 자격으로 신에게 말할 뿐이다. 그러나 문제의 대화는 정중한 대화가 아니다. 이것은 납득시키려는 욕망에 불타는 하나의 논쟁인 것이다. 노예는 정의의 요구로 시작해서, 끝내는 패권을 원하기에 이른다. 이번에는 자기가 지배해야겠다는 것이다.
― 〈2. 형이상학적 반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