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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71311644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5-06-23
책 소개
목차
부조리의 추론
부조리한 인간
부조리한 창조
시지프 신화
해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속에 나타난 희망과 부조리
해설: 《시지프 신화》 해설
참고 문헌
작가 연보
책속에서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그 밖의, 세계가 삼차원으로 되어 있는가, 이성理性의 범주가 아홉 가지인가 열두 가지인가 하는 문제는 그다음 일이다. 그런 것은 장난이다.
우선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니체가 주장했듯이, 만약 철학자가 존중받으려면 마땅히 자신의 주장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 대답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대답에 결정적인 행동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머릿속에서 분명해지도록 하려면 그것들을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 〈부조리의 추론〉
무대장치가 문득 붕괴되는 일이 있다. 아침에 기상, 전차로 출근, 사무실 혹은 공장에서 보내는 네 시간, 식사, 전차, 네 시간의 노동, 식사, 수면 그리고 똑같은 리듬으로 반복되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이 행로는 대개의 경우 어렵지 않게 이어진다. 다만 어느 날 문득, “왜?”라는 의문이 솟아오르고 놀라움이 동반된 권태의 느낌 속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시작된다”라는 말은 중요하다. 권태는 기계적인 생활의 여러 행동이 끝날 때 느껴지지만, 그것은 동시에 의식이 활동을 개시한다는 것을 뜻한다.
― 〈부조리의 추론〉
이 부조리의 논리를 극한까지 밀고 나가면서 나는 이 투쟁이 희망의 전적인 부재(이것은 절망과 아무 상관이 없다), 계속된 거부(이것을 포기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의식적인 불만족(이것을 젊은 시절의 불안과 동일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요구를 파괴하거나 은폐하거나 교묘히 비켜가거나 하는 모든 것(그 중에도 특히 이혼, 즉 절연을 파괴하는 동의)은 부조리 자체를 파괴하고,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태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부조리는 오로지 우리가 그것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 〈부조리의 추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