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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류영모](/img_thumb2/9791173072130.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한국철학 > 한국철학 일반
· ISBN : 9791173072130
· 쪽수 : 138쪽
· 출판일 : 2024-10-18
책 소개
목차
어둠과 비움의 자기-초월적 인간학을 향하여
01 하나
02 생각
03 고디
04 그리스도록
05 숨님
06 정음
07 씨알
08 빈탕
09 없이 계신 님
10 잇업틈새 아름답음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석은 1941년부터 다석재(多夕齋)라는 호를 쓴다. 다석은 ‘많을 다’(多)와 ‘저녁 석(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많은 끼니(多)를 먹는 대신 하루에 저녁 한 끼(夕)만 먹는다는 뜻이다. 식욕과 성욕 같은 인간 욕망을 끊는 금욕 수행을 실천해 궁극적 실재라 할 ‘하나(一)’와 하나가 되려 한 다석의 의지를 담은 종교-수행적 의미를 띤다. 다른 하나는 다석이 평생 추구한 정신세계와 신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저녁’이다. 다석은 사람들이 물질적 세계의 아름다움·힘·생명이 띠는 ‘빛’의 차원을 존재의 전부라 생각하지만, 사실상 이러한 차원보다 더 근원적이고 영원하며 커다란 정신적 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저녁’이라 불렀다. 커다란 행성과 산화한 행성이 발산하는 빛조차 하나의 티끌로 만들어 버리는 우주의 온통 까만 어둠처럼, 다석은 ‘저녁’의 큰 어둠 속에서 자신이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석은 이 큰 어둠과 하나가 되는 것이 자신을 무(無)와 같은 점 곧 실체는 없고 좌표만으로 그 존재를 말할 수 있는 점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_ “어둠과 비움의 자기-초월적 인간학을 향하여” 중에서
다석은 ‘하나’를 무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다석은 나누어져서 ‘마주 봄’의 상대계라 할 ‘둘’(마주 봄의 둘)이 아닌 상태 곧 나누어지지 않은 절대 유일로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를 가리켜 둘이 아니다 해서 ‘불이(不二)’라 불렀고, 이것이 ‘하나’이자 무라 이해했다. 다석은 우리 존재의 근원과 귀결이 결국 이렇게 나누어지지 않은 절대의 무라는 것 곧 “불이즉무(不二卽無)”임을 알면 이 세계의 종노릇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로부터 나누어져 이 세계로 나온 모든 보이는 것은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사라져서 원래 나누어지지 않은 ‘하나’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상대계에 속한 것들은 사실 있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다.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소유하려는 데서 탐욕, 노여움,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에 매이는 노예의 삶이 시작된다. 다석이 말하는 ‘하나’는 이 상대계의 존재자들에 집착하고 또 얽매여 종살이하는 인간들이 되찾고자 하는 자유의 대상이자 근원이다. ‘하나’에서 나온 모든 인간은 처음부터 ‘하나’를 그리워하고 찾는다.
_ “01 하나”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다석의 사유는 단순히 신앙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석이 처해 있던 근현대 한국은 새로운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 주체성을 요하고 있었다. 다석은 조선의 망국과 급격한 근대화라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생명을 완성할 인간 주체의 이상향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았다. 이와 같은 다석의 새로운 인간학 기획은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존재론적 변화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으며, 하나를 향한 ‘그리움’의 모방적 수행을 통해 도덕적 생명 완성의 그리스도가 된다는 불가능의 가능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미학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석이 구상한 새로운 인간학은 수행적이고 미학적인 방식으로 개인의 존재론적 변화를 넘어 근현대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사회적 변화에 이르고 더 나아가 하늘과 땅의 본성을 부여받은 소우주의 인간이 이룩할 우주적 변화까지 아우르는 통전적(統全的, holistic) 구원의 비전을 제시한다.
_ “04 그리스도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