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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85014586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4-07-3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버지니아주 호프우드 2004년
리뷰
책속에서
환생할 때마다 비슷한 경험을 한다. 젖먹이 때는 정신이 흐릿하고 어둡다가 이윽고 문간에 선 한 소녀의 얼굴이 보인다. 소녀의 얼굴이 점차 명료하고 생생해지다가 이내 불꽃이 보인다. 이제는 너무 괴로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제부터 뭐가 어떻게 될지 짐작이 되고, “또 시작이군” 하고 체념할 수 있게 되었다. 소피아는 나의 원죄다. 나의 삶은 언제나 그 원죄와 함께 시작되고, 나는 소피아를 통해서 비로소 나 자신을 안다.
“저, 당신과 함께 가고 싶어요.”
“무슨 뜻이죠?”
나는 소피아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당신이 가는 곳에 나도 같이 갈래요. 죽는 건 무섭지 않아요. 같이 머물고, 같이 돌아오고 싶어. 당신이 그랬잖아요, 인연은 다음 생에서도 이어진다면서요? 같이 있을래요.”
“아아, 소피아…….”
나는 소피아의 허리에 입을 맞추고 배에 얼굴을 묻었다.
“목숨을 스스로 끊는 건 안 돼요.”
“왜요?”
“당신은 젊고 아름답고 건강하니까. 그리고 어쨌든 그러면 안 되니까. 환생은 살고 싶다는 욕구에서 오는 겁니다. 자살은 삶을 거부한다는 뜻이고요. 끝이란 말예요. 당신이 진심으로 죽음을 원한다면 다시 살아날 수 없을 거예요.”
“아저씨는 주변을 너무 많이 조종하려고 들어. 자꾸 그러면 아저씨의 예전 형처럼 되어버릴 거야. 더는 죽지도, 태어나지도 못하게 될 거라고.”
벤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게 무슨 뜻이야?”
“영혼이 들어 있는 몸을 빼앗아서, 원하는 때에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그건 나쁜 짓이야.”
나는 아연실색했다.
“조아킴이 그런 짓을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벤의 얼굴이 몹시 심각해서, 내가 호출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임을 깨달았다. 벤은 이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사람을 죽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