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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85153056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15-06-01
책 소개
목차
서문을 대신해
요리하는 마음
길이 점점 좁아진다 | 요리의 첫걸음 | 개성 | 재료일까, 요리일까 | 요리 비결 | 본맛을 살려라 | 요리하는 마음이란 | 요리 연극 | 멋과 맛에 최선을 다하다 | 요리인을 모집하다
아름다운 맛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 | 잔반 처리 | 미각논어 | 맛을 아는 이는 드물다 | 어느 저녁, 아귀 이야기 | 가정요리 이야기
맛의 달인
은어의 시식시대 | 은어 명소 | 은어는 창자 | 겐사이의 은어 | 가짜 은어 | 복어를 안 먹는 몰상식 | 냄비요리 이야기 | 맛있는 두부 이야기 | 쌀 이야기 | 표고버섯 이야기
세계 맛 탐방기
서양요리와 일본 | 하와이의 식용개구리 | 미국의 소돼지 | 덴마크 맥주 | 프랑스요리 | 양식잡감 - 스키야키와 오리요리 | 아카시 도미보다 뛰어난 조선 도미 | 중국요리와 교토요리
향신료와 조미료
산초 | 일본 겨자 |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 우스구치 간장 | 화학조미료
요리 메모
조니 | 더운 여름날의 별미 | 미즈가이 | 오이절임 | 다시마채 맑은 국 | 호박튀김 | 언두부 | 배추육수조림 | 달걀찜 | 산슈 된장 순무국 | 옥돔 통구이 | 단무지 | 은어 | 복어 | 자라 | 닭 | 채소 | 회 | 초밥 | 튀김 | 장어 꼬치구이 | 스키야키
저자 후기
역자 후기
저자 연보
리뷰
책속에서
요리는 혀끝으로만 맛봐서는 안 된다. 귀에서 눈으로, 다시 코로 온 감각을 동원해 ‘미美’와 ‘맛味’의 조화를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요리’다. 아름다운 요리는 색채, 배합, 재료 상태, 담아내는 모양에 의해 완성된다. 물론 영양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 요리인과 요리연구자는 ‘맛’만을 내세우고, 그 이면에 있는 ‘미’의 영향력에는 둔감한 것 같아 안타깝다. 출판되는 요리책도 대부분 그 점에 무관심하거나 부족하기만 하니 씁쓸할 따름이다.
요리를 마음으로 즐기는 사람은 운치에 무게를 두고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 그래야 식도락의 ‘락樂’이 제구실을 한다. ‘식도食道’도 마찬가지다. 약간 극단적 표현이지만, 요리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주인이 던져주는 대로 가만히 받아먹으며 행복해하는 개나 고양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물론 사람마다 즐거움의 정도가 다르기에 견해 차이는 있으리라. 그러나 될 수 있으면 뜻을 크게 품고 요리를 맛보며 인격을 높여야 마땅하다.
서문을 대신해
맛있는 요리의 근본은 재료다. 능숙한 솜씨는 그다음이다. 중국에서는 요리의 공을 재료 6할, 솜씨 4할로 돌린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과 달리 재료가 월등히 뛰어나다. 그래서 재료 9할, 솜씨 1할이라고 생각한다. 재료의 질이 중국을 이기는 까닭이다. 달콤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콤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는 단맛, 매운맛이 아니라 맛있는 요리의 9할을 차지하는 재료의 본맛을 살펴보자. 맛있는 스키야키는 질 좋은 쇠고기가 바탕이다. 맛있는 메밀국수는 메밀가루의 품질이 좌우한다. 스파게티는 당연 밀가루가 좋아야 한다. 여러 지역에서 새우가 나지만, 본고장 새우는 맛이 다르다. 과연 듣던 대로라고 생각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엉뚱한 새우로 아무리 교묘하게 궁리한들 본고장의 그저 그런 새우에도 미치지 못한다.
요리하는 마음 / 재료일까, 요리일까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주문을 종종 받는다. 맛없는 것을 맛있게 만드는 비결은 없다. 그런 마술도 없지 않을까. 맛없는 쌀은 결국 맛없다. 고기도, 생선도, 푸성귀도 모두 마찬가지다.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맛있게 보이도록 꾸미는 방법은 있다. 이것은 거짓의 맛이지, 본연의 맛은 아니다. 속임수를 써서 아이를 달래는 방법과 비슷하달까.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묘안이 있지 싶겠지만, 진짜로 불가능한 일이다. 요리의 명인이라도 ‘맛없는 것을 맛있게’ 하지는 못한다. 억지로 궁리를 짜내면 헛된 비용과 수고만 든다. 고생에 비해 결과도 형편없다. 본디 요리의 맛은 대부분 식재료의 질에 달려 있다. 요리인의 공은 1할이나 2할, 많아야 3할 정도다. 또 본연의 맛이 좋냐, 나쁘냐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맛없는 쇠고기로 훌륭한 스테이크를 만들지 못하듯이 말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의외로 잘 모른다. 괴이한 세상이기 때문일까.
아름다운 맛 / 미각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