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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85393520
· 쪽수 : 464쪽
책 소개
목차
1869년 찰스 디킨스 개정판에 붙이는 서문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보낸 어린 시절
CHAPTER 1. 내가 태어나다
CHAPTER 2. 내가 관찰하다
CHAPTER 3. 나에게 변화가 생기다
CHAPTER 4. 나락으로 떨어지다
CHAPTER 5. 집에서 쫓겨나다
CHAPTER 6. 여러 사람을 만나다
CHAPTER 7. 세일럼 기숙학교 첫 학기
CHAPTER 8. 방학. 특별히 행복한 어느 오후
CHAPTER 9. 잊을 수 없는 생일
CHAPTER 10. 버림받아 런던으로 쫓겨나다
CHAPTER 11. 홀로서기를 힘겹게 시작하다
CHAPTER 12. 홀로서기가 너무나 힘들어, 새로운 결심을 다지다
CHAPTER 13. 결심 후속편
CHAPTER 14. 고모님이 나에 대한 마음을 정하다
CHAPTER 15. 새롭게 시작하다
CHAPTER 16. 예전보다 훨씬 많이 아는
신입생으로 입학하다
CHAPTER 17. 누가 불쑥 나타나다
CHAPTER 18. 회상
CHAPTER 19. 주변을 둘러보며 새로운 걸 찾아라!
리뷰
책속에서
“어서 오시게, 머드스톤! 우리는 자네가 죽은 줄 알았네!”
“아직은 안 죽었네.”
머드스톤 아저씨가 대답하자, 신사 한 명이 나를 잡으며 물었다.
“애송이는 누군가?”
“데이비라고 하네.”
“데이비 누구? 존스?” 데이비 존스는 바다의 악령이다.
“코퍼필드.”
“맙소사! 매혹적인 코퍼필드 부인의 거추장스러운 아이 말인가? 아름답고 귀여운 과부의?”
한 신사가 말하자, 머드스톤 아저씨가 경고했다.
“퀴니언, 가능하다면 말을 조심하시게. 날카로운 사람이 있으니.”
“그게 누군데?”
신사가 다시 물으며 웃고 나 역시 궁금해서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는데, 머드스톤 아저씨가 대답했다.
“셰필드에 있는 개울 셰필드(Sheffield)는 영국 중부 공업지대로 강철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셰필드에 있는 개울’이란 개울물에 쇳가루가 녹아들어서 날카롭다는 뜻으로, 데이비를 의미한다.
이라네.”
나는 “셰필드에 있는 개울”이란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처음에는 내가 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셰필드에 있는 개울 아저씨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으로 유명한 것 같았다. 대답을 듣는 순간에 두 신사가 폭소를 터트리고 머드스톤 아저씨 역시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오랫동안 웃더니, 퀴니언이라는 신사가 물었다.
“그렇다면 셰필드에 있는 개울은 자네가 추진하는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장은 개울이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은데, 좋아하는 쪽은 대체로 아니네.”
머드스톤 아저씨가 대답하자 또다시 폭소가 일고, 퀴니언은 종을 울려서 백포도주를 주문해 개울을 위해 축배를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포도주가 도착하자, 나에게도 포도주를 조금 따라주고 비스킷까지 주더니 내가 그걸 마시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며 선언했다.
“셰필드에 있는 개울이 혼란스럽길 바라며!”
그러자 환호성과 함께 폭소가 터져 나와서 나 역시 따라 웃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또 웃었다. 한 마디로, 우리 모두에게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음을 달랜 게 정말이오?”
패거티 유모가 웃다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바키스 아저씨는 자리에 앉은 그대로 옆으로 움직여서 유모에게 접근해,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 찌르며 투박하게 물었다.
“정말로 진짜로 그런 거요? 정말로? 정말로 진짜로 마음을 달랜 거요? 정말로? 엉?”
한 번씩 물을 때마다 유모 쪽으로 몸을 밀어붙이며 옆구리를 찔러대니, 나와 유모는 결국 짐마차 왼쪽 모서리에 바싹 달라붙고, 나는 너무 짓눌려서 도저히 못 견딜 지경까지 이르렀다.
패거티 유모는 내가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바키스 아저씨는 곧바로 물러나서 숨 쉴 틈을 주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바키스 아저씨는 힘들여서 대화 분위기를 끌어내지 않고도 말끔하고 편안하고 확실하게 자기 마음을 전달할 수단을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혼자 가만히 웃으며 좋아하더니, 패거티 유모에게 몸을 다시 돌려서 “정말로 마음을 달랜 거요?” 하고 물으며 우리 두 사람을 다시 밀어붙였다. 나는 숨이 막히고 패거티 유모는 그 사실을 통보하고 바키스 아저씨는 다시 물러나더니, 그대로 되풀이했다. 결국 나는 바키스 아저씨가 다가올 때마다 벌떡 일어나 발판에 올라서서 주변 경치를 보는 척하며 숨 막히는 상황을 모면해야 했다.
나는 창고 일꾼 모두와 친하게 지내도 행동거지는 차이가 엄청날 정도로 달랐다. 사람들이 나를 ‘꼬마 신사’나 ‘서퍽에서 온 꼬마 나리’라고 부를 정도였다. 짐 꾸리는 인부를 지휘하는 조장으로 이름을 ‘그레고리’라고 하는 사람과 짐마차를 끄는 마부로 빨간 윗도리를 주로 입는 ‘팁’이라는 사람은 가끔 나를 ‘데이비드’라고 부르곤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우리가 아주 가까울 때, 작업하는 도중에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치는) 소설책 내용을 재밌게 이야기해서 그들이 즐거울 때 주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한번은 ‘감자녹말’이 들고 일어나서 반발했지만 믹 워커가 단번에 진정시켰다.
이런 생활에서 벗어날 희망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나는 극심하게 자포자기했다. 지금 확실하게 단언하는데, 나는 당시에 하던 일에 보람을 느낀 적이 한순간도 없으니 비참하고 불행한 느낌에 항상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나는 견디어냈다. 그동안 패거티 유모와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이런 사정을 말한 적은 없었다. 유모가 마음 아파할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창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