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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5419879
· 쪽수 : 20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의 이름은 히토나리(平成)다. 이 나라가 헤이세이(平成)라는 연호를 쓰기 시작한 날에 태어나는 바람에 편의적으로 붙여진 이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그의 인생에 크게 공헌하게 되었다. 그는 ‘히토나리(平成)’라는 그 이름으로 인하여 매스컴으로부터 마치 ‘헤이세이(平成)’라는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인 양 취급받기 시작했다.
그의 손을 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섹스는 싫어하는 그이지만 손을 잡으려다 거절당한 적은 없다. 그의 왼손에서 크리스찬 디올 장갑을 벗기고 가만히 내 오른손을 겹쳤다. 평소에도 체온이 36도에 미치지 않는 그는 손가락 끝도 놀랄 만큼 차갑다. 내 얼굴 정도 되는 긴 손가락을 문지르듯이 하여 꽉 쥐었다. 그러자 드물게 그가 내 손가락을 되잡아줬다.
“있지 히토나리, 왜 죽고 싶다고 생각한 거야?” 자칫하면 뭐가 부족해서 죽겠다는 거냐, 하고 힐난하는 말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애써 평정을 가장하고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그가 말의 미묘한 뉘앙스에 신경 쓰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 자신이 냉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보다 속은 괜찮아?” 그러고 보니 그가 속은 괜찮냐고 물었었지. “괜찮아. 그러니까, 내 질문에 대답해줘.” 이번에는 어조가 조금 강해진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바로 1시간 전만 해도 그가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알지 못한 채 어느 섹스토이가 좋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말해야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