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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 일반
· ISBN : 9791186202616
· 쪽수 : 299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Ⅰ. 들어가는 글
1. 영혼의 해독제, 연극
2. 연극의 뿌리와 연극 수업
3. 전체 그림 보기
Ⅱ. 연극 수업과 연기_ 연극의 육화
4. 몸 자유롭게 하기
5. 블로킹
6. 인물 형상화하기
7. 연극의 맥박, 타이밍
8. 분위기 충전
9. 다른 인물 이해하기_ 마음 모아 함께하는 연기
10. 안전그물 없이 외줄타기_ 여러 가지 즉흥 연기
Ⅲ. 실질적인 공연 준비
11. 알맞은 희곡 찾기
12. 편집 작업
13. 배역 정하기
14. 연극 연습 일정
15. 말하기 연습
16. 실무 작업
17. 본격적인 연극 연습
18. 무대에 올린 작품 목록
참고 문헌
부록
1. 한국말 발음 연습
2. 파란만장 8학년 연극 제작기_ 이은서
3. 대본_ 〖맹진사댁 경사〗중 일부
추천사
연극이 끝나고 난 뒤_ 이은영
우리는 왜 연극을 하는가_ 박정열
책속에서
한국어판을 내며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지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세상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인터넷은 이미 우리 삶의 근간을 바꾸어 놓았으며, 놀라운 속도로 확산되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로 인해 그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가상 현실이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 대 인간 사이에서 접촉과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던 많은 일에 기계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와 교사, 건강 전문가는 아이들이 전자 기기에 매달려 보내는 시간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세태에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냅니다. 과학 기술이 우리 삶을 지배한 이래로 불거진 현상들을 분석한 연구 결과들은 그런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비만, 주의력 결핍 장애, 수면 부족을 비롯한 여러 심리, 정서적 문제의 극적인 증가는 디지털 기기 의존도 상승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수많은 전문가는 지적합니다...그렇잖아도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여기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천국과도 같습니다. 과거에는 영화배우나 운동선수, 정치가처럼 몇몇 특별한 사람만 유명 인사의 반열에 올랐지만, 지금은 누구나 ‘페이스북’의 스타가 되고, 수많은 ‘트위터’ 팔로워를 모으고, ‘유튜브’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노출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건 당연히 그런 것에 반응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중계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은 동시에 그들의 관음증적 욕구에 편승해 이익을 챙깁니다. 텔레비전 세대인 부모 아래에서 자란 부모 세대의 아이들이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이나 사진을 끊임없이 소비하며 대리 만족을 갈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발도르프 교육을 만난 우리는 무서운 기세로 밀려오는 기술 문명의 ‘쓰나미’를 완화시킬 방도가 있다는 루돌프 슈타이너의 말에서 희망과 돌파구를 찾습니다...예술이란 내적 노력을 요구합니다. 정신을 마비시키는 디지털 미디어의 현란한 자극에 대한 해독제는 분명 그 내적 노력입니다. 이 책 『발도르프학교의 연극 수업』은 연극 예술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성장과 변형의 동력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몇년 동안 발도르프 교사 교육 과정 수강생들과도 본문에 수록된 연습을 이용해서 연극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본래는 청소년들이 상급 과정 연극 공연에서 맡은 배역을 깊이 만나고 이해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개발한 연습들입니다. 이 책이 한국의 학생과 교사/연출자들은 물론 관객에게도 연극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얻고 길을 찾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들어가는 글 연극이라는 허상을 통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시가 ‘역사보다 더 진리의 핵심에 가깝다’고 했다. 연극 역시 시 만큼이나 깊은 깨달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허상에서 진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일까? 두 장면을 떠올려 보자. 둘 다 현실이 아닌 가상에 몰두하고 있다. 첫번째 장면은 한 소년이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이다. 빠르게 명멸하는 스크린의 창백한 빛이 소년의 얼굴 위에서 아른거린다. 소년은 바깥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완전히 분리된 세계에 있다. 구름이 모였다 흩어지는지, 바람이 부는지, 마당에서 개가 양동이를 엎고 제풀에 놀라 짖어대는지 알지 못한다. 지금 소년에게는 스크린이 세상의 전부다. 스크린 크기로 축소된 세상 앞에서 최면에 걸린 듯 전함을 공격하고, 화면 속 적군에게 총구를 겨눈다. 자판을 정신없이 두드려 무기를 든 외계인을 사이버 세상 속에서 처치한다.
이번엔 작은 극장의 무대 위, 등받이 없는 둥근 의자에 앉은 소녀를 떠올려 보자. 손톤 와일더의 〖우리 읍내Our Town〗에서 에밀리 웹 역할을 맡은 소녀는 지금 상상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앉아 상상의 딸기 아이스크림 소다를 홀짝이는 중이다. 옆에는 이웃집 친구 조지가 앉아 있다. 말은 조금 더듬지만 성실한 조지와 에밀리는 막 연인으로 발전하려는 참이다.
몸풀기 활동 몸풀기 활동은 수업이나 장면 연습 시간 처음에 배치한다. 언제나 그렇듯 연극 준비 시간은 늘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건너뛰고 바로 장면 연습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이 때로는 떨쳐버리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하지만 지름길을 택하는 건 감자를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 것만큼이나 어리석
은 선택이다. 당시에는 학생들이 별 탈 없이 날감자를 주는 대로 꿀떡 삼킬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된다고 투덜거릴 것이다. 몸풀기 활동과 놀이는 단거리 경주(바로 이어질 장면 연습)의 준비 과정일 뿐 아니라 장거리 경주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집중력과 융통성, 주변을 인식하는 힘, 현재에 충실한 마음가짐, 놀이하는 태도 등 연극의 밑바탕이 되는 기본 자질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