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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86561881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4-07-31
책 소개
목차
손톱 1919 6
I Am Not A Poet, But I Am A Poet. 1920 24
제론 1931 30
병세 1934 70
옮긴이의 말 100
작가 연보 109
책속에서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가 심각하게, 그리고 우연히 떠오른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이러다 미쳐버리는 거 아닐까.”
“헛소리하고 있네.”
변함없이 얄밉고 차디찬 미치코의 비웃음이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쩝쩝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그는 결코 미치코가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었다는 듯이 “방금은 혼잣말이었는데, 사람이 진짜 미치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미친 생각이 떠오른다니까” 하고 말했다.
“그럼 이미 미쳐가는 중인 건가?”
- 「손톱」 중에서
그는 과장하여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미치코는 분명 속고 있었다. 불안스레 눈을 깜빡거리면서,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에 걸리는 행동들을 떠올려보는 듯했다. 그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머릿속은 점점 또렷해져 평상시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내가 현실에서 웃은 게 아니야. 내 괴이한 환영과 미소를 나눈 거지. 그러니 미치코에게는 기분 나쁜 웃음으로 보였겠지만, 나로서는 딱히 이상할 게 없다는 거지. 하하하하하.”
“…” 미치코는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
“……”
미치코가 점점 진지해지는 것을 보니 그는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웃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었다. 미치코에게서는 보기 드문 불안한 기색을 목격하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손톱」 중에서
그는 이유 없이 매우 기뻤다. 천년 묵은 한이 풀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다음으로 해야 할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물론 미치광이 흉내를 내자는 멍청한 생각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으나, 그대로 내버려뒀다가는 모처럼 손에 넣은 승리를 으레 그랬듯 다시 미치코 때문에 망쳐버릴 수도 있었다. 그는 시선을 낮춰 무릎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미치코는 불안한 듯 잠자코 있었는데, 이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만 도저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즉흥적으로 벌인 일은 신중해질수록 말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그는 막다른 곳에 부딪혔음을 들키지 않으려 경대 서랍을 열었다가 가위가 손에 잡히기에 그대로 꺼냈다. 아무 생각 없이 손톱을 톡톡 잘랐다. 손톱이 화로 안으로 튀어 들어가 파사삭 타올랐다.
“어머, 오빠! 손톱을 태우다니, 진짜 미친 거야?”
미치코는 당황해서 얼굴색이 변했다. 그의 손을 꼭 붙들었다. 미치코의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 「손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