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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손톱

(마키노 신이치 단편선)

마키노 신이치 (지은이), 안민희 (옮긴이)
북노마드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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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손톱 (마키노 신이치 단편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86561881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4-07-31

책 소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탐미주의 소설에 흠뻑 빠진 마키노 신이치는 1919년 동인지 《13인(十三人)》에 단편소설 「손톱(爪)」을 발표한다. 미치코라는 인물과 대화하며 자의식의 변화를 예민하게 그려낸 「손톱」은 마키노를 대표하는 수작으로 꼽힌다.

목차

손톱 1919 6

I Am Not A Poet, But I Am A Poet. 1920 24

제론 1931 30

병세 1934 70

옮긴이의 말 100

작가 연보 109

저자소개

마키노 신이치 (지은이)    정보 더보기
1896년 가나가와(神奈川)현 오다와라(小田原)시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태어난 이듬해 미국으로 떠났다가 십 년 만에 귀국한 보헤미안 아버지, 소학교 교사로 일하며 엄격한 훈육을 고집한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성장했다. 1919년 와세다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열세 명의 동인을 모아 『13인(十三人)』이라는 잡지를 창간해 첫 작품「손톱(爪)」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당시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에게 극찬을 받았다. 이후 부모 형제를 혐오하는 신변잡기 사소설을 쓰던 초기를 지나, 중기에 이르면 고향 오다와라의 풍토에 고대 그리스나 유럽 중세 이미지를 중첩해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상문학을 개척했다. 「제론(ゼーロン)」은 이런 환상성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후기에 해당하는 1931년부터는 신경쇠약 징후가 심해지며 사소설 경향으로 회귀했는데, 더욱 어두워진 작풍이 「병세(病状)」에 드러나 있다. 1936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생 자유와 속박 사이에서 생겨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마키노의 문학은 창백한 자의식, 신경증, 비애감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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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희 (옮긴이)    정보 더보기
동덕여대 일본어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과 한국 기업에서 통번역직으로 근무하고, 현재 통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북노마드 일본 근대문학 단편선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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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가 심각하게, 그리고 우연히 떠오른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이러다 미쳐버리는 거 아닐까.”
“헛소리하고 있네.”
변함없이 얄밉고 차디찬 미치코의 비웃음이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쩝쩝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그는 결코 미치코가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었다는 듯이 “방금은 혼잣말이었는데, 사람이 진짜 미치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미친 생각이 떠오른다니까” 하고 말했다.
“그럼 이미 미쳐가는 중인 건가?”
- 「손톱」 중에서


그는 과장하여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미치코는 분명 속고 있었다. 불안스레 눈을 깜빡거리면서,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에 걸리는 행동들을 떠올려보는 듯했다. 그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머릿속은 점점 또렷해져 평상시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내가 현실에서 웃은 게 아니야. 내 괴이한 환영과 미소를 나눈 거지. 그러니 미치코에게는 기분 나쁜 웃음으로 보였겠지만, 나로서는 딱히 이상할 게 없다는 거지. 하하하하하.”
“…” 미치코는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
“……”
미치코가 점점 진지해지는 것을 보니 그는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웃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었다. 미치코에게서는 보기 드문 불안한 기색을 목격하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손톱」 중에서


그는 이유 없이 매우 기뻤다. 천년 묵은 한이 풀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다음으로 해야 할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물론 미치광이 흉내를 내자는 멍청한 생각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으나, 그대로 내버려뒀다가는 모처럼 손에 넣은 승리를 으레 그랬듯 다시 미치코 때문에 망쳐버릴 수도 있었다. 그는 시선을 낮춰 무릎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미치코는 불안한 듯 잠자코 있었는데, 이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만 도저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즉흥적으로 벌인 일은 신중해질수록 말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그는 막다른 곳에 부딪혔음을 들키지 않으려 경대 서랍을 열었다가 가위가 손에 잡히기에 그대로 꺼냈다. 아무 생각 없이 손톱을 톡톡 잘랐다. 손톱이 화로 안으로 튀어 들어가 파사삭 타올랐다.
“어머, 오빠! 손톱을 태우다니, 진짜 미친 거야?”
미치코는 당황해서 얼굴색이 변했다. 그의 손을 꼭 붙들었다. 미치코의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 「손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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