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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 ISBN : 9791186846407
· 쪽수 : 688쪽
· 출판일 : 2018-11-20
책 소개
목차
엮은이의 말 - 루쉰선집을 펴내며
『외침』 / 서문 나의 절열관(節烈觀) / 지금 우리는 아버지 노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노라는 떠난 후 어떻게 되었는가? / 등하만필(燈下漫筆) /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 『무덤』 뒤에 쓰다 / 수감록 39 / 수감록 40 / 56. ‘온다’ / 57. 현재의 도살자 / 62. 분에 겨워 죽다 / 65. 폭군의 신민 / 작은 일을 보면 큰 일을 알 수 있다 / 비평가에 대한 희망 / 문득 생각나는 것 (1~4) / 전사와 파리 / 문득 생각나는 것 (5~6) / ‘벽에 부딪힌’ 뒤 / 문득 생각나는 것 (7~9) / 문득 생각나는 것 (10~11) / 고서와 백화 / 꽃이 없는 장미(2) / ‘사지’ / 류허전 군을 기념하며 / 샤먼 통신 (3) / 바다에서 보내는 편지 / 혁명시대의 문학 / 유헝 선생에게 답함 / 서언 / 소리 없는 중국 / 종루에서 / ‘취한 눈’ 속의 몽롱 / 통신 / 나와 『위쓰』의 처음과 끝 / 좌익작가연맹에 대한 의견 / 망각을 위한 기념 / 도망에 대한 변호 / 풍자에서 유머로 / 추배도 / 중국인의 목숨 자리 / 글과 화제 / 깊은 이해를 추구하지 않는다 / 밤의 송가 / 밀치기 / 중·독의 분서 이동론(異同論) / 가을밤의 산보 / 기어가기와 부딪히기 / 귀머거리에서 벙어리로 / 번역에 관하여(상) / 번역에 관하여(하) / 차 마시기 / 황화 / 여자가 거짓말을 더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 친리자이 부인 일을 논하다 / 독서 잡기 / ‘대설이 분분하게 날리다’ / ‘음악’? / ‘중용 지키기’의 진상을 말하다 / 잡담 / 러시아 역본 「아Q정전」 서언 및 저자의 자술 약전 / 뜬소문과 거짓말 / 문예와 정치의 기로 / 중산 선생 서거 일주년 / 『근대목각선집』(1) / 소인 식객문학과 어용문학 / 올 봄의 두 가지 감상 / 상하이 소감 / 파악성론 / 무제 / ‘일본 연구’의 바깥 / 아녀자들도 안 된다 / 사지(死所) / 삼한서옥에서 교정 인쇄한 서적 / 책의 신에게 올리는 제문 / 가져오기주의 / 웨이쑤위안 군을 추억하며 / 류반눙 군을 기억하며 / 아이 사진을 보며 떠오르는 이야기 / 중국 문단의 망령 / 아프고 난 뒤 잡담 / 풍자에 관하여 / 쉬마오융의 『타잡집』 서문 / 그렇게 쓰지 말아야 한다 / “사람들의 말은 가히 두렵다”에 관해 / 문단의 세 부류 / 나의 첫번째 스승 / 깊은 밤에 쓰다 / “이것도 삶이다”… / 죽음 / 타이옌 선생으로 하여 생각나는 두어 가지 일 / 먼 곳에서 온 편지 2 / 먼 곳에서 온 편지 8 / 먼 곳에서 온 편지 73 / 먼 곳에서 온 편지 112
주석
『루쉰 잡문선』 수록작품 출처
책속에서
솔직히 말하면 이상에서 이야기한 것은 모두 실없는 소리요. 당신의 개인적인 문제 쪽으로 다가가서 말한다면, 도저히 손대기가 어렵소. 이것은 “전진하라! 죽여라! 청년이여!”와 같은 영웅적 기세가 넘치는 문자로는 결코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진실된 말은 나도 공개하고 싶지 않소.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언행이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오. 그러나 보낸 편지에는 주소가 없어 답장을 쓸 수 없기에 여기서 몇 마디만 말하고자 하오. 첫째로 생계를 도모해야 하오. 생계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아야 하오. 아니 기다리시오. 요즈음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가 공산당만의 특기라고 믿고 있는 돌대가리들이 많이 있는데, 이것은 커다란 잘못이오. 이처럼 하는 사람이 아주 많소. 다만 그들은 입 밖으로 말하지 않을 뿐이오. 소련의 학예교육인민위원인 루나차르스키가 쓴 작품 『해방된 돈키호테』에서, 이런 수단을 작중 인물인 공작에게 사용하게 하고 있으니, 그것이 귀족적인 것이며 위풍당당한 것임을 알 수 있소. 둘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해 주는 일이오. 이것도 여론에 의한다면 혁명의 길과는 정반대라고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소. 그저 혁명적 글을 몇 편 쓰되, 혁명적 청년은 연애에 관한 일을 당연히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 그걸로 족하오. 그렇지만 만약 권력자나 적수가 나와서 당신을 문책할 때, 이것도 아마 하나의 죄상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니까, 당신은 경솔하게 내 말을 신뢰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오. 그래서 미리 말해 두오. 문책당하는 때가 되면, 설령 이 일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다른 안건을 찾
아낼 것이오. (「통신」)
“내게 물을 좀 주시오. 전등을 켜 주시오. 주변을 좀 둘러보고 싶소.”
“왜요? …” 그녀가 조금 당황하여 말했다. 내가 헛소리를 하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살아야겠소. 무슨 말인지 알겠소? 이것도 삶이야. 주변을 둘러보고 싶소.”
“음 …” 그녀가 일어나 차를 몇 모금 주고 서성이더니 슬며시 드러누웠다. 전등은 켜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내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것을 알았다.
가로등 불빛이 창을 통해 들어와 방안을 어슴푸레하게 비추었다. 대충 둘러보았다. 낯익은 벽, 그 벽의 모서리, 낯익은 책 더미, 그 언저리의 장정을 하지 않은 화집, 바깥에서 진행되는 밤, 끝없는 먼 곳, 수없이 많은 사람들, 모두 나와 관련이 있었다. 나는 존재하고, 살아 있으며,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나는 움직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이것도 삶이다”」)
1.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가는 데 가장 흔히 만나는 난관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갈림길’입니다. 묵적 선생의 경우에는 통곡하고 돌아왔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나는 울지도 않고 돌아오지도 않습니다. 우선 갈림길에 앉아 잠시 쉬거나 한숨 자고 나서 갈 만하다 싶은 길을 골라 다시 걸어갑니다. 우직한 사람을 만나면 혹 그의 먹거리를 빼앗아 허기를 달랠 수도 있겠지만, 길을 묻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도 전혀 모를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입니다. 호랑이를 만나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굶주려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내려옵니다. 호랑이가 끝내 떠나지 않으면, 나는 나무 위에서 굶어 죽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리 허리띠로 단단히 묶어 두어 시체마저도 절대로 호랑이가 먹도록 주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나무가 없다면? 그렇다면, 방법이 없으니 하릴없이 호랑이더러 먹으라고 해야겠지만, 그때도 괜찮다면 호랑이를 한 입 물어뜯겠습니다. 둘째는 ‘막다른 길’입니다. 듣기로는 완적 선생도 대성통곡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만, 나는 갈림길에서 쓰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그래도 큰 걸음을 내딛겠습니다. 가시밭에서도 우선은 걸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나는 걸을 만한 곳이 전혀 없는 온통 가시덤불인 곳은 아직까지 결코 만난 적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애당초 소위 막다른 길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요행히 만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먼 곳에서 온 편지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