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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중국사 > 중국사 일반
· ISBN : 9791187352006
· 쪽수 : 543쪽
· 출판일 : 2016-04-29
책 소개
목차
1. 거지가 부자보다 많은 나라 [주나라]
은혜와 충성의 맞교환
누가 서주를 무너뜨렸는가?
돈에 눈이 멀다
돈 3천 냥으로 오나라를 삼키다
화폐와 신뢰
2. 진시황은 화폐를 통일했는가? [진나라]
사라진 화폐
농민에게 봉사하라
화폐가 없는 거대 제국 진나라
가장 행복한 황제
3. 내 돈을 건드린다면 반드시 망하리라 [한 고조-한 무제]
한 순간도 평화로울 수 없는 곳
태평성세에 등장한 사주전
한 무제의 꿈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
4. 사라진 통화 [한 소제-신망]
민생을 회복시키라
염철대논쟁
백성이 발붙일 곳은 어디에도 없구나
폭군과 제왕의 두 얼굴
부의 순환
5. 국가와 도둑 [동한]
관료가 없는 세상
돈줄이 끊긴 도화원
돈 냄새의 유래
무엇이 화폐일까?
동전 한 닢으로 운명이 갈리는 소농
6. 동전 삼국지 [삼국]
재물로써 자리를 지켜라
조조의 토지개혁
마음이 여유로우니 오수전을 버리지 않으리
굶어 죽는 나라가 된 촉한
《삼국지》판 화폐 전쟁
즐거움이 사라진 시대
7. 진정한 부자 [서진-동진]
졸부의 몰락
농민의 신뢰를 얻는 자가 천하를 가지리라
스스로 평안함을 구하네
돈은 나라의 중요한 무기이니
사막을 남하한 오랑캐 말
8. 돈의 굴레 [남조]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
수족을 끊게 만든 돈
죽어서도 갚아야 했던 돈
소제의 업적과 실정
사라져가는 귀족
9. 수나라의 비가 [수나라]
장하도다! 태평 수나라
수오전의 기적
패망을 재촉한 국제무역
나라의 멸망을 가져온 강물
백전 이야기
수나라의 멸망
10. 대당제국의 밑거름 [당 고조-당 현종 초년]
태평성세의 또 다른 모습
백성은 갈 곳을 잃고
황금 면죄부
관리가 놀면 백성은 절로 부유해진다
돈에 새겨진 미인의 흔적
11. 창고에 곡식이 가득하네 [개원 4년]
맛난 돈이라도 많이 먹으면 탈이 나는 법 ·
경작하는 자만이 땅을 갖는다
통화 발행을 증대시키는 방법
길에는 온통 얼어 죽은 백골만 나뒹구네 ·
《이와전》 속 금융 이야기
12.동전에 파묻힌 나라 [당 현종-당 헌종]
화폐 전쟁이 일으킨 안사의 난
염철전매제의 부활
남의 것을 빼앗고 내어줄 줄 모르는 부자
돈줄이 마르다
겁 많은 당나귀
두 악당 중 최후의 승자는 누구?
책속에서
아마도 목왕 시절, 기력이 쇠할 대로 쇠한 서주 왕실이 제대로 된 봉토(封土)를 하사할 여력마저 잃으면서 서부 제후에게 대대적인 ‘선물 공세’를 퍼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 도끼로 발등을 찍은 서주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나머지 지역의 제후와 공신은 차별 대우를 받아야 했고, 서주 왕실 역시 스스로 ‘왕덕’을 저버리고 말았다. 《시경》에서도 이러한 행태를 구체적으로 꼬집고 있다.
“왕실이 나서서 규칙을 어기는 마당에 다른 사람이라고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군주와 신하 사이에 더는 의리를 찾아볼 수 없고, 부모와 자식은 서로 귀히 여기지 않으며 부부 간의 애정은 식어가네. 형제끼리 더는 서로 존대하지 않으며, 친구 사이에는 신뢰가 사라졌네…….”
사람이라면 마땅히 부모, 부부, 형제와 친구를 모두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 배에서 나온 형제, 혹은 친구, 심지어 부모, 반려 동물에게서 등을 돌린다면 제대로 된 사람 노릇하기는 그른 셈이다.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 역시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선사하지 못한다. 사회구성원이 너 나 할 것 없이 ‘재물’만을 좇는 마당에 군왕, 제후, 심지어 평범한 보통 사람이 ‘덕을 밝히고(明德) 백성을 보호(保民)’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 하겠다.
<1장 누가 서주를 무너뜨렸는가?> 中
설상가상 전체 사회 구성원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는다면 이들 제도를 어찌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겠는가? 누구도 존중하지 않는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리 없다. 순서가 뒤엉킨 상황에서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문명은 결코 바뀔 수 없다. 교육이 부패하기 시작하면 사회를 지지하는 버팀목은 반드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역사의 숙명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국민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교육만이 다음 세대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선사할 수 있고 사회계층 간 자연스러운 이동을 유도하는 공정한 무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쉬지 않고 진행되어야만 민족, 나아가 국가가 더욱 부강해질 수 있다.
환온은 애당초 거대한 포부를 품지 않았다. 그는 그저 사족에 의한 독점을 막고 힘없는 백성에게 희망을 보여주려 했을 뿐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비천한 출신의 인물들이 동한시대에 대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배경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만으로 관직에 오른 이들이야말로 황제의 가장 충성스러운 지지자였다. 그들마저 황권에서 등을 돌린다면 동진왕조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전 《삼자경 (三字經)》에는 ‘개똥벌레를 주머니에 넣고, 눈에 비춰 학문을 닦네. 가문이 비록 빈곤하나 쉬지 않고 학문을 닦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반딧불을 등불 삼아 공부에매진한 이가 바로 환온에게 중용되는 차윤(車胤)이다. 남다른 학구열로 유명한 차윤은 마지막 순간까지 황실에 충성을 다하며 생을 마감했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군대, 비천한 가문 출신의 관료를 앞세우고 환온은 끝내 동진의 황금기를 일구어냈다. 또한 서촉(西蜀)을 멸망시키고 세 번이나 북벌에 나섰다. 그리고 단번에 고도 낙양을 되찾는 일까지 성공했다.
<7장 돈은 나라의 중요한 무기이니> 中
관세, 시세(市稅)가 사라지면 백성은 생계를 위해 동전 한 닢이라도 더 벌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무주 장안 연간에 낙양, 장안 두 곳에서 ‘괴상한 부자’가 속속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괴상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테면 똥을 퍼서 돈을 벌었다.
나회(羅會)는 경성에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던 유민이었으나 나중에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고 변소를 치워주는 일을 시작했다. 요컨대 나회는 자신의 직업으로 누구든지 열심히 일하면, 설사 똥을 푸는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장안 3년 무측천이 모든 상품 관세를 철폐하자, 모든 상품이 자유롭게 매매되기 시작했다. 물론 똥도 여기에 포함
됐다. 사실 그전까지 인분은 거래되지 않았다. 훗날 나회는 인분을 모아 주변 농가에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변소를 치우던 나회가 경성의 모든 공용화장실을 독점했다. 그런 그에게 친구가 이제 돈도 벌 만큼 벌었으니 ‘냄새나는 일’은 그만두라고 권했다.
그러자 나회가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똥을 치우고, 그 똥을 냄새나지 않게 저장했다 옮기는 것뿐이네.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돈을 쥐어주며 변소를 치워달라고 하지 않나? 내가 똥을 치우지 않으면 몇 년 뒤 다시 가난해지겠지. 그게 더 ‘냄새나는 일’ 아니던가?”
인분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었던 무주 말년에 이런 기록마저 등장했다.
“관진은 본래 천하 상품이 집결하는 곳이었으나, 이제는 모든 관진에 하늘을 덮을 만큼 수많은 거대 상선이 줄을 서 있네. 밤낮 할 것 없이 그 줄이 끊이지 않는구나!”
<10장 황금면죄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