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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8152193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8-01-05
책 소개
목차
1. 광녀의 이야기
2. 직소
3. 오소리 공동주택
4. 삼세판
5. 헛수고에 기대하다
6. 휘파람새 바라기
7. 오쿠메 살해
8. 얼음 속의 싹
리뷰
책속에서
“이 병뿐만 아니라 모든 병에 대해서 치료법 같은 건 없어.”
노보루는 천천히 교조를 보았다.
“의술이 발전하면 바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그 개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거야.”라고 교조는 말했다. “의술이라고 해봐야 대단할 것 없어. 오랜 세월 이 일을 할수록 의술이 별것 아니라는 사실을 더 크게 느끼게 될 뿐이야. 병이 발생하면 어떤 개체는 그것을 극복하고, 다른 개체는 져서 쓰러지지. 의사는 그 증상과 경과를 판단할 수 있고, 생명력이 강한 개체에는 다소간의 힘을 보태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뿐이야. 의술에 그 이상의 능력은 없어.”
교조는 자조와 슬픔을 드러내듯 떡 벌어진 어깨의 한쪽을 추슬러 올렸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빈곤과 무지와의 싸움이야. 빈곤과 무지에 이겨나감으로 해서 의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밖에 없어. 알겠나?”
“인생은 교훈으로 넘쳐나.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교훈은 하나도 없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조차 절대적인 것은 아니야.” 그리고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나는 이 사실을 시마다 에치고에게 말할 거야.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 물론 비열한 행위에 조건은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때는 어쩔 수가 없어. 지금은 교훈에서 등을 돌려야 할 때야.”
“그들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믿기로 하자. 그들의 죄는 참된 능력도 없으면서 권위의 좌에 앉았다는 것과, 몰라서는 안 될 사실을 모른다는 데 있어. 그들은,”하고 교조는 거기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은 가장 빈곤하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들보다 더 어리석고 무지한 거야. 그들이야말로 가엾게 여겨야 할 인간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