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56370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2-10-15
책 소개
목차
도둑과 작은 나리
폭풍우 속
아다코
이루어진 꿈
오미쓰의 비녀
나비 한 쌍
첫 번째 꽃봉오리
유령을 빌려드립니다
책속에서
후루이시바의 금고에서 돈을 훔쳐 달아났다는 사내. 인색하고 거짓말쟁이에 잔소리가 심했다는 아내. 그를 괴롭히고 짜낼 수 있을 만큼 짜냈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불효자’라며 호통을 쳤다던 양아버지. 아내라는 건 말뿐, 도박을 하고 취해서 소란을 피우고 사실은 진짜 남편이 있었다는 첫 번째 여자. ―모두 하나같이 교활하고 야비하고. 그러나 덴쿠로에게 그렇게 상처를 주고, 그를 속이고, 그를 미워하고, 그의 등을 쳐 먹고, 그의 단물을 빨아먹었으면서도 그들 역시 그렇게 풍족하지는 못했으리라. ……지금도 어딘가 세상의 구석에서 각자 힘든 생활에 쫓겨 때로는 멍하니 한숨이라도 내쉬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도둑과 작은 나리」 중에서.
“어차피 슬픔을 위해서 태어났잖아.”
오타미가 손님을 배웅하고 뒷정리를 위해 들어왔다가 작은 창에 기댄 채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꽃도 한때라면 지기 전까지 마음 가는 대로 살면 그만이야.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니, 어떻게 되든 후회할 건 없어.”
“어차피 슬픔을 위해서.”
체념과도 같은 이 말은 결코 한때의 기분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아주 어렸을 때, 첫 번째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도 이미 슬픈 울음소리에 젖어 있었다. ―「첫 번째 꽃봉오리」 중에서.
초저녁부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한밤중이 되어서도 그치지 않았다. 기온이 떨어져 조금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모기장도 치지 않고 이부자리도 펴지 않은 채 뒹굴고 있던 야로쿠가 문득 눈을 떴다. ……모깃불이 꺼져 있었다. 그러나 그 불을 다시 피우기보다는 모기에게 뜯기는 것이 그에게는 마음 편했다.
(중략)
게으름뱅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하루 종일 천천히 게으름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이렇게 늦잠을 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으리라. ―「유령을 빌려드립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