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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862818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0-10-03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4
The Last Train — 오장환 14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 유형진 18
강우降雨 — 김춘수 20
고생대 마을 — 안현미 24
고향 — 김종삼 28
과일가게 앞에서 — 박재삼 30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장석남 34
그대 영혼의 살림집에 — 최승자 38
그에게는 많은 손목시계가 있다 — 류인서 40
꽃 — 파울 첼란 44
꿈 — 염명순 48
나무 — 천상병 50
나뭇잎 배 — 박홍근 52
눈물 — 김현승 56
들 — 안토니오 마차도 60
로렐라이 — 하인리히 하이네 64
마늘밭 가에서 — 안도현 68
마음의 그림자 — 최하림 70
먼 후일後日 — 김소월 72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74
무밭에 서서 — 최문자 76
물과 빛이 끝나는 곳에서 — 이성복 80
바람에 날려가다 — 밥 딜런 82
반지 속의 여자 — 정은숙 86
밤 — 두보 90
버들치 — 차창룡 92
부빈다는 것 — 김신용 96
빈녀음 — 허난설헌 100
사랑 — 김근 102
사랑 — 김수영 104
서적 — 조연호 106
속담 — 옥타비오 파스 108
쇠귀나물 — 황학주 110
수도에서 — 에리히 프리히드 114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116
양치기 30 — 알베르투 카에이루 120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 유하 122
어느 해거름 — 진이정 126
여승 — 백석 128
여행 — 나즘 히크메트 132
울고 싶은 놈 — 이시하라 요시로 134
월식月蝕 — 김명수 138
작은 비엔나 왈츠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142
잡담 길들이기 3 — 마종기 146
장미의 내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150
전생에 들르다 — 이병률 152
전설 — 에바 슈트리트마터 154
찻집 — 에즈라 파운드 158
테렐지 숲에서 생긴 일 — 이시영 160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16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에게 시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삶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시인은 탄생과 탄생을 거듭하다가 어느 날 폭발해버리는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제 마음가짐은 언제나 같습니다. 한 편의 시가 쓰일 때마다 새 언어, 새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그렇지만 그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오직 제가 저를 계속 베껴 쓰는 일만은 없기를 바랍니다.
―「시인의 말」 중에서
타인의 등에다 얼굴을 부비기,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했던가. 서로에게 짐 지우지 않고 가만가만 닿을 듯 말 듯 그렇게 타인에게 느슨하게 나를 기대고 있는 것. 우리들은 안개가 아니라서 “제 몸 풀어 자신을 지우”지는 못하지만 타인이 내 무게를 가만가만 받아내는 것을 살포시 느끼는 순간, 내가 마치 그대의 어깨를 가만가만 만져주는 자연의 안개가 된 듯 어떤 아우라가 된 듯싶은 순간, 그 순간에 나는 갑자기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고 그러다가 서글퍼진다. 이 순간이 쉽게 달아날 것 같아서.
―「부빈다는 것-김신용」 중에서
시의 행과 행 사이에는 단어들만 존재한다. 그 단어들이 뿜어내는 향기만이 존재한다. 흔들린다. 공중에서. 그냥 은은히 흔들리며 그 공명을 공기 속에 줄 뿐이다. 그리고 너의 눈과 나의 눈은 꽃을 피우기 위하여 물을 준다. “내가 뒤따라갔던 공기 속의 그 돌”, 그건 아마도 어느 아침에 당신이 일어날 때 아무 이유 없이 눈앞에 떠오르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유유히 공중에 떠 있는 시어 사이에 흔들거리는 당신의 존재, 그것 자체일지도 모른다. 첼란의 언어는 꼭꼭 씹어서 천천히 넘겨야 하는 불안한 위장병을 가진 이들의 언어이다.
―「꽃-파울 첼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