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89171070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8-10-2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9
「구운몽」을 읽기 전에 12
함께 읽으면 재미있는 꿈 이야기, 「조신 설화」 16
육관 대사의 제자 성진과 여덟 선녀의 만남 25
양소유로 다시 태어난 성진 37
버드나무 아래에서 마주친 인연 46
풍류남아 양소유와 절세미인 계섬월의 만남 59
신부를 찾기 위해 여장을 한 소유 70
한 사람을 섬기기로 한 두 신부 87
양소유,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상서 벼슬을 얻다 105
황명을 거역하고 옥에 갇힌 양소유 117
전장에서 만난 심요연 138
병영에서 꾼 꿈 148
경패를 찾아간 난양 공주 159
영양 공주가 된 경패 172
양소유, 두 공주와 결혼하다 190
낙유원에서 월왕과 겨루다 215
마침내 한곳에 모인 아홉 구름 240
한바탕 봄꿈에서 깨어나다 252
작품 해설 265
「구운몽」 꼼꼼히 들여다보기 267
김만중과 「구운몽」에 대하여 291
책속에서
“성진아, 네 죄를 아느냐?”
성진은 얼른 무릎을 꿇었다.
“제가 스승님을 모신 지 십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스승님의 말씀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 없으니 죄가 있다면 가르쳐 주십시오.”
육관 대사는 성진의 말에 더욱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
“중이 공부해야 할 세 가지 행실이 있다. 바로 몸과 말씀과 뜻이다. 네가 용궁에 가서 술을 마셨으니 몸의 공부를 그르쳤고, 돌다리에서 여자를 만나 불순한 말을 주고받았으니 말씀의 공부 또한 그르쳤다. 그도 모자라 절에 돌아온 후에는 세상의 부귀영화를 부러워하고 순간의 아름다움에 유혹되어 부처의 제자 됨을 쓸쓸하게 여겼으니 이는 뜻의 공부를 그르친 것이 아니냐. 세 가지 행실을 한꺼번에 허물어 버린 것이다. 너는 이제 여기 머무를 수가 없다.”
“낭군이시여, 어찌하여 이렇게 늦게 오십니까?”
낯선 여인은 붉은 비단 옷을 입고 머리에는 비취 비녀를 꽂았으며 허리에는 백옥 노리개를 차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은 물론 마치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양소유는 적잖이 당황하여 얼른 답례로 고개를 숙였다.
“저는 속세의 사람입니다. 아무 기약도 없이 우연히 이곳에 이르렀는데 선녀께서는 어째서 제게 늦게 왔다 하며 나무라십니까?”
“말씀드릴 테니 우선 자리를 옮기시지요.”
미인이 소유를 데리고 정자 위로 올라가 자리에 앉으니 곧 심부름하는 여자아이가 주안상을 준비해 왔다. 미인은 말을 꺼내기 전에 긴 탄식부터 내뱉었다.
“오래된 일을 말하려니 괜히 울적해집니다. 저는 원래 신선 세계의 시녀였습니다. 그리고 당신 또한 전생에 하늘의 신선이셨습니다. 옥황상제께 죄를 지은 후 당신은 인간 세상에 떨어져 다시 태어났고, 저는 이 산중에 귀양을 온 것입니다. 이제 귀양의 기한이 다 되어 다시 신선 세계로 돌아갈 참이었는데, 부디 당신을 한 번 보고 옛정을 되새겨 보고자 한 달의 말미를 더 얻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오늘 이곳에 오실 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의 전개 구조를 ‘환몽 구조’라고 한다. 고전소설에서 많이 이용된 환몽 구조는 ‘입몽(入夢)’과 ‘각몽(覺夢)’의 단계를 가진다. 입몽은 현실에서 꿈속 세계로 들어가는 단계이며, 각몽은 꿈속 세계로부터 현실로 돌아오는 단계를 뜻한다.
우리 이야기 문학의 역사에서 환몽 구조를 처음으로 보여 주는 문학작품은 「조신 설화」이다. 「조신 설화」는 승려 조신이 하룻밤 꿈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내용의 이야기인데, 자신이 흠모하던 김 태수의 딸이 다른 곳으로 시집간 것을 관음보살 앞에서 원망하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게 되고, 꿈속에서 파란만장하고 고단한 유랑의 삶을 살다가, 꿈에서 깨어 꿈꾸기 직전의 시공간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