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89171643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3-09-29
목차
책머리에
『배비장전/옹고집전』을 읽기 전에
배비장전
1
2
3
작품 해설 『배비장전』 꼼꼼히 읽기
옹고집전
작품 해설 「옹고집전」 꼼꼼히 읽기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판소리계 소설인 『배비장전』은 지은이와 창작된 시기를 알 수 없는 작품이다.
다만 이 소설이 창작된 시기는 조선 시대 후기 영조와 정조 시대에 이미 판소리로 발표된 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 시대 후기인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인 ‘배비장 타령’이 소설화된 작품인 『배비장전』은 해학적ㆍ풍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골계전』에 실려 있는 ‘발치설화’와 『동야휘집』의 ‘미궤설화’가 작품의 소재로 활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골계소설로 양반의 위선을 폭로하고, 조롱하며 풍자하고 있다.
- 책머리에
하루아침에 배 선달에서 버젓하게 비장이 된 그는 건들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배 비장은 우선 늙은 어머니에게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다.
“소자가 팔도강산 좋은 경치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낱낱이 보았으되 제주가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라 가 보지 못했습니다. 마침 착한 양반이 제주 목사가 되어서 비장으로 가자하니 다녀오겠습니다.”
배 비장의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주라 하는 곳이 물길로 천 리라는데 날 버리고 네가 갔다가 네가 없는 사이에 이 늙은 에미가 죽으면 너는 종신도 못 할 것이니 제발 가지 마라.”
배 비장은 힘주어 말했다.
“이미 약속을 하였으니 아니 가진 못하겠습니다.”
이 광경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배 비장의 아내가 그대로 있을 수 없어 한마디 했다.
“제주라 하는 곳이 비록 멀리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이라고는 하나 색향이라 하옵니다. 만일 그곳에 가 계시다가 주색에 몸이 잠겨 돌아오지 못하면 부모에게도 불효요. 첩의 신세 그 아니 원통하오리까.”
애랑이 눈물을 이리저리 씻으면서 흐느끼는 소리로 말했다.
“주신 물건 감사하오나 천금이라도 귀하지 않습니다. 백 년토록 같이 살자던 기약은 일장춘몽이 되었으니 이 아니 원통하오리까? 나으리는 소녀를 버리고 한양으로 가옵시면 백발이 성성한 부모 위로하고 아리따운 부인과 귀여운 자식 만나 그리던 정회를 풀 적에 어찌 소녀 같은 천한 것을 다시 생각이나 하시겠습니까?”
애랑이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 눈물을 이리저리 씻으면서 느끼는 소리로 말했다.
“주신 물건은 감사하오나 천금이라도 귀하지 않습니다. 백년토록 같이 살자던 기약은 일장춘몽이 되었으니 이 아니 원통하오리까? 나리는 소녀를 버리고 가옵시면 백발이 성성한 부모 위로하고 아리따운 부인이 반겨주며 그리던 회포 풀 적에 소녀 같은 천한 것을 다시 생각하시겠습니까. 슬픈 것은 이별한다는 이별 별(別) 자로다. 이한공수강수장하니 떠날 리(離) 자가 슬프구나. 갱파라삼문후기하니. 이별이라는 별(別)자가 또다시 슬프도다. 낙양천리낭군거하니, 보낼 송(送) 자 애련(哀戀)하다. 임 보내고 그리운 정 생각 사(思) 자 답답하며 천산만수 아득한데 바랄 망(望) 자 처량하다. 공방적적 추야장하니 수심 수(愁) 자 첩첩하고, 첩첩수다몽불성하니 탄식 탄(歎) 자 한심하도다. 한심장탄하며, 슬픈 간장 눈물 누(淚) 자 가련하다. 군불견상사고라, 병들 병(病) 자 슬픕니다. 병이 들면 못살려니 혼백 혼(魂) 자 혼이라도 따라갈까. 애고 애고 이제 이별하면 언제 또다시 볼 수 있을꼬. 애달프고 복통할 일이로다.”
애랑이 글자풀이를 겸하여 노랫가락 투로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정 비장은 마음이 혹하여 마디마디 사무치고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정 비장은 글자 풀이로서 대답하였다.
“네 말을 내 들으니 뜻 정(情) 자가 간절하다. 내 몸에 지닌 노리개를 네 마음대로 다 달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