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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333195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축하의 말씀 1(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
축하의 말씀 2(이해인 수녀)
발간에 부쳐(신현재 라이문도 산청성심원 통합부원장)
제1부 성심원의 가을 _한센인으로 살아온 길, 더듬어보니
01. 이 넓은 우주에 홀로 버려지는 게 싫어
02. 몸에 좋다는 건 다 해봤소
03. 이 병은요, 부모형제도 다 떠나게 만들어요
04. 혼자가 두려워 짝을 만납니다
05. 이태리에서 왔다는 정 신부님
06. 가난해도 재밌고 좋았다
07. 세상과 성심원을 잇는 다리가 세워졌다
08. 한센인을 위한, 한센인에 의한, 한센인의 사회
제2부 성심원의 겨울 _끝이 없을 것 같던 겨울, 저 너머에는
01. “내 몸이 나의 역사이다.”
02. “내가 죄 있어 이리 산다.”
03. “그 사람은 참 고왔어요.”
제3부 성심원의 여름 _내 마음에 품은 옹이가 있어
01. 자식의 생사를 모르는 삶은 늘 미완이다
02. 가족은 언제나 행복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03. 가슴에 묻은 두 자녀
04.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딸은 살아 숨 쉰다
05. 나이 들어도 엄마는 늘 그립다
제4부 성심원의 봄 _삶과 죽음의 길이 다르지 않았네
01. 성심원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02. 그리고 나에게 남긴 한마디: 고맙습니다
03. 육친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하는 슬픔
04. 나는 기도한다, 부디 좋은 곳에서 웃고 계시기를
05. 또 하나의 자유, 또 하나의 평화
제5부 다시 봄이 온다, 우리들의 봄이_우리는 한센인입니다
01. 성심원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02. 바깥세상은 어떤 곳일까
03. 삶을 사랑하는 구름 같은 사람들이 산다
책속에서
사회인들의 부러운 시선과 상관없이 한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들의 삶이 서사 밖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가 고프든 배가 부르든 한센인으로서의 삶은 절망과 두려움, 모멸감과 치욕으로 얼룩진 길이다. 나의 불행이 가족 전체의 불행이 되고, 가을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마냥 여기저기 쫓겨 다니며 살아야 하는 그 심정을 나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겨울만이 아니라 또 다른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알 것 같다. 또 다른 시간 속으로 가려면 우리는 필히 이 겨울을 지나야 한다.
그들만의 섬에도 가정은 있고 가족도 있다. 성장한 자녀들이 시간적 여유만 있으면 찾아오기도 한다. 간혹 복도를 지나다 웃음소리가 들리면 십중팔구 자녀가 함께 있다. 여름이 오면 다들 출입문을 열고 지낸다. 우연히 바라본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머니와 딸이 거실에 나란히 누워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본 적이 있다. 먼 곳에서 사는 딸은 한 여름에 가정 일을 휴업하고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갈 거라고 했다. 늘 나를 보면 들어왔다 가라고 말하던 그분은 웃으며 “더운데 얼른 가서 일 보소”라고 했다. 그날의 내 일은 그분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나도 그날 하루 휴업했다.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