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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기타 라이트노벨
· ISBN : 9791189881122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1-04-20
책 소개
목차
등장인물 소개
월드맵
Chapter1 아버지의 일기
Chapter2 한 쌍의 거수(巨獸)
Chapter3 타깃이 된 도시
Chapter4 예속의 목걸이
Side Story 두 사람의 연금술사
스테이터스 소개
리뷰
책속에서
신은 아이템 카드로 만들기 위해 수정을 건드렸다. 그리고 그것이 찾아왔다.
“으윽?!”
시야가 흔들리며 지지직거렸다. 흔들린 시야 안에 비친 것은 마천루 같은 빌딩 숲, 자동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교차로, 강의를 듣는 학생과 교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자신의 모습.
― 보인다. 친구의 얼굴. 은사님의 얼굴. 자신이 없는 집 안. 조금 야윈 부모님. 조금 성장한 동생들. 자신이 없는 동안의 시간 변화. ― 들려온다. 거리의 소음.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 자신을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 어머니의 목소리. 남동생의 목소리. 여동생의 목소리. 친구들의 목소리.
지금은 들리지 않는 그리운 소리들. ― 느껴진다. 현실 세계와 이 세계의 경계. 보이지 않는 벽.
세계를 나누는 절벽.
“― 신……! 신! 신!!”
“……?!”
의식이 되돌아왔다. 어깨로 느껴지는 온기에 고개를 돌리자 바로 앞에 티에라의 얼굴이 보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멈춰버리고…….”
“아아, 아니…… 수정의 반응이 이상해서 잠시 생각에 잠겼나 봐.”
걱정 끼치기 싫었던 신은 애매하게 미소 지었다. 방금 전에 보였던 것, 들렸던 것, 느꼈던 것은 잠에서 깨면 사라져버리는 꿈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신의 가슴에 약간의 아픔이 남았을 뿐이다. ‘이걸 만졌을 때 뭔가가 있었어……. 분명 있었는데…….’ 떠올릴 수 있는 건 무언가가 있었다는 확신뿐이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선두에 위치한 거대한 용이었다. 바옴루탄의 영역에서 봤던 것보다는 다소 작았지만 신이 알던 두긴에 비해서는 컸다. 외형적으로는 신이 알던 것과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 【두긴 레벨 703】
― 【세뇌·Ⅷ】
【애널라이즈】에 표시된 것은 틀림없는 부룡(腐龍) 두긴의 이름이었다. 다만 그 이름과 레벨 뒤에 보고 싶지 않은 글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세뇌】.
그것은 정신 계열 스킬 중에서도 최상급 상태 이상이었다. 효과로는 일정 시간 동안 대상에게 『공격』, 『방어』, 『이동』 중 한 가지를 명령할 수 있었다. 『공격』할 경우 타깃도 지정할 수 있다.
『방어』는 이름 그대로 그 자리에서 방어 태세를 취한다. 『이동』은 현재 위치를 지정하면 무방비한 상태로 가만히 있는다.
타깃과 공격 수단이 무작위인 【콘퓨(혼란)】나 이성의 행동을 봉인하는 【참(매료)】 등의 상위 스킬이어서 플레이어들은 특히나 조심해야만 했다. 【세뇌】를 사용하는 것이 주로 PK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뇌라는 건 어디까지나 게임상에서의 설정일 뿐이었다. 몸이 멋대로 움직일 뿐이며, 플레이어의 정신에는 아무 영향도 없었다.
팔다리를 붙잡힌 채 멋대로 조종당하는 듯한 불쾌감은 있지만, 그 점은 정신 계열 스킬이라면 전부 비슷했다. 다른 상태 이상 스킬보다 강력한 만큼 실패율도 높고, 레벨이 올라도 효과 시간은 그리 길어지지 않기 때문에 게임에서는 단순히 성가신 스킬로 여겨지는 정도였다.
그렇다, {게임에서라면} 말이다.
미스터 XXX는 신을 알고 있었다.
아마 그의 전투력과 전투 방식까지 알고 있는 것이리라. 헬스크림이 그 지식까지 흡수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공격을 가했다. 일격에 끝내는 대신 대미지만 주려는 공격이었다. 피했어도 예정대로 스킬을 사용할 뿐이었다.
“【큐어·올】.”
신은 특수한 상태 이상도 회복시키는 최강의 스킬을 헬스크림에게 사용했다. 【미라지 스텝】은 다리를 움직여야 했기에 자세히 보면 이동할 곳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일부러 피하게 한 후 피하는 위치에 공격을 깔아두는 전법도 존재했다. 이번엔 그게 정확히 적중한 것이다.
금색 빛이 헬스크림을 휘감았다.
단순한 【빙의】라면 몇 초 만에 빙의한 존재와 빙의당한 존재가 분리된다. 그러나 헬스크림은 빛에 휩싸이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신을 공격해왔다. 로브 안에서 뻗은 네 개의 팔이 검은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빛을 냈다. 그것은 금색 빛을 집어삼키더니 거대한 갈고리가 되어 신을 향해 뻗어왔다.
신은 섬뜩한 색의 갈고리 발톱을 『무월』로 막아냈다. 차갑게 빛나는 검신이 빛을 반사하며 허공에 두 번 호를 그렸다. 헬스크림의 입에 떠오른 흉한 미소가 괴로워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