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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986210
· 쪽수 : 167쪽
· 출판일 : 2024-04-12
책 소개
목차
ㅣ시인의 말ㅣ 4
제1부
멧비둘기 울음소리 12
도요새의 눈물 14
낙타에게 물려 죽은 한 사내 16
나는 있지 18
따뜻한 모순 20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속을 나비가 난다 22
잠자리몽 24
개미가 나비를 끌고 간다 26
관악산 소묘 28
칡꽃 향기 30
7월의 목련 나무 31
내 마음속의 환풍구 32
한낮에 젖는 색소폰 소리 34
치잣빛 향기로 물들고 싶다 36
마른 꽃 38
딱새 한 마리 잡목 숲으로 사라지고 40
제2부
나비가 왔다 갔다 42
반포천에서 44
피천득 산책로 46
꽃 핀 오동나무가 내게 연애 걸다 48
향기를 훔치다 50
야쿠르트 아줌마 52
엉겅퀴꽃을 끌어안은 풍뎅이 54
장마 지나고 찔레꽃 56
소나무가 붉다 58
마른 멸치 한 마리 60
모란 씨를 찾습니다 62
봉다리 커피 64
백자 달항아리가 우울하다 66
미사일과 명품 68
보안 문서 파쇄 70
장독대 옆 채송화 72
제3부
하얀 이별 74
알락꼬리마도요와 칠게 76
넓적부리도요 1H 78
미스매치 80
보일러가 된 지구 82
극한 호우 84
사막에 버려진 옷 혹은 날개 86
희생 88
꼬리명주나비와 까마귀오줌통 90
물총새, 돌아온 것일까 92
삼한사미 94
한겨울에 꽃 핀 아몬드 나무 96
전기 모기 채 98
어느 날 뉴스 속보 100
언제쯤 이 도시는 익어 갈 수 있을까 102
제4부
명품리 106
따순구미 108
철새들의 간이역 격렬비열도 110
흑산도는 허브 공항 112
해운대 간비오산은 큰나루산 114
산제비의 노래 116
설악산 울산바위 118
돌아서라도 가야 하는 도라산역 120
진목마을은 참나무쟁이 122
뗏목다리 벌교 124
아라가야 머리산 126
과천 뒤쪽의 방배리 128
할미산이 대모산으로 130
조운흘과 몽촌토성 132
사댕이고개 134
ㅣ시작 노트ㅣ 무정천리 눈이 오네 137
저자소개
책속에서
<낙타에게 물려 죽은 한 사내>
아마 그럴 것이다
둘이 함께 사막길을 걸어갔다면
한낮에 뜨거운 모래밭을
등에 가득 짐을 싣고
목마르게 걸어갔다면
사람이 낙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일도
낙타가 사람을 쓰러뜨리고
물어뜯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가 아니라 결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뜨거운 모래바람 불어가는
고비사막을 둘이 함께
목마르게 걸어갔다면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레크리에이션 센터
왜 낙타는 눈 위에 혼자 서 있었을까
왜 경비원은 가만있는 낙타에게 다가가
고삐를 낚아채며 안면에 펀치를 날렸을까
또 낙타란 놈도 그렇지
화가 났더라도 침이나 뱉으면 됐지
CCTV 켜 둔 마당에서 사람을 쓰러뜨리고
피가 낭자하게 물어뜯었을까
어쩌다 원수처럼 마주친 운명이라도
한낮에 뜨거운 모래밭을
둘이 함께 목마르게 걸어갔다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알락꼬리마도요와 칠게>
암꿩 크기의 몸집으로
길게 아래로 굽은 부리에
다리도 부리만큼이나 길고 늘씬해
우표에도 찍혀 있는 알락꼬리마도요*는
게 구멍을 뒤져 작은 게들을 잡아
다리는 떼어내고 몸통을 삼키는데
끝부분이 아래로 휘어진 부리는
비스듬히 깊은 칠게의 구멍에 딱 맞는단다
봄 오월 짝짓기할 때면
네 쌍의 다리를 쭉 뻗어 몸을 높이고
한 쌍의 긴 집게발은 만세 운동을 하듯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갯벌 위에서 군무를 추는 칠게는
가느다랗고 긴 눈자루 2개로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다
순식간에 제 굴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데
알락꼬리마도요가 굽어진 부리를 쑤셔 넣으면
꼼짝없이 끌려 나올 수밖에 없단다
사람도 좋아하고
낙지도 좋아하는
춤추는 칠게를
도요새는 절대로 사랑해
남반구 호주에서 월동한 뒤
봄이면 쉬지 않고 12,000km를 날아와
1kg 몸무게가 반으로 줄어든 알락꼬리마도요는
서해 갯벌에서 실컷 칠게를 먹지 못하면
다시 8,000km를 날아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날아갈 수가 없단다
죽을 수밖에 없단다
<명품리>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에 있는 명품리는
원래 이름이 품실
일제가 행정 구역을 개편하면서
위 부락은 상품리로
아래 부락은 하품리로 나누면서 사달이 났는데
상품리 이름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하품리 이름은 영 마뜩잖아
애써 농사지어 가락시장에 내다 팔 때면
마을 이름 때문에 영 하품 취급 받는 것 같고
흥정이라도 할라치면 영 하품 나온다는 소리 듣다 보니
억울하고 자존심 상해
마을 이름을 명품리로 바꾸어 버렸다
품실이라는 원래 마을 이름도
옛날에 이 마을에 삼정승이 났다고 하여
품실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지만
품은 벼슬을 일컫는 품品이 아니라
순우리말 품
엄마의 품이 그립다 할 때의 그 품
품실은 주변의 산이
마을을 사람의 품처럼 감싸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
땅이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고 아늑하다면
그런 명품이 어디 있으랴
그런 명당이 또 어디 있으랴
정승 벼슬보다 백번을 낫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