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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89958244
· 쪽수 : 652쪽
· 출판일 : 2019-11-1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4
길게 내쉬는 남곽자기의 숨소리 12
언아, 너는 천뢰(天籟)를 아는가 28
조조(調調)하고 조조(刁刁)하다 46
소리 내어 우는 한 줄기 바람의 비밀 66
늙은 자들, 함정에 빠진 자들 84
악출허(樂出虛) 음악은 텅 빈 곳에서부터 101
백구륙(百九六)의 몸의 발견 121
뛰어가는 말 등에서 사는 진치(盡馳)의 삶 140
‘무(無) 속에서’인간은 숙명적 존재 158
언어와 도의 관계 178
방생지설(放生之說), 만물은 나와 함께 198
도추(道樞)여, 문 여닫는 소리 요란하다 218
천지일지(天地一指) 237
쓰지 않고 다 쓰는 우제용(寓諸庸) 257
만물의 천균(天均)에서 쉬는 양행(兩行) 275
완성과 파괴와 ‘있다’와 ‘없다’ 295
종신무성(終身無成), 완성이란 없다 313
나는 알지 못하겠다 334
만물과 나는 하나이다 352
도(道)와 말[언(言)]의 경계에서 372
보광(葆光), 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392
석연치 않은 요(堯)의 마음은 무엇일까 412
왕예(王倪), 네 번의 앎에 대한 부정 432
정처미색(正處味色)과 먹이사슬을 보다 451
인의와 시비를 버리고 세상 밖을 떠도는 471
공자 따위가 그런 지식을 가지고 어찌 490
아름다운 사랑의 도 511
장자의 신비한 꿈의 발견 531
모든 꿈은 깨어나지 않을 것 552
번연효란(樊然殽亂), 우리는 서로 안다고? 571
천예와 만연의 ‘이것[시(是)]’으로 591
그림자와 망량(罔兩)과 관찰자 장자 611
물화(物化) 장주의 꿈인가, 나비의 꿈인가 630
종언(終焉) 650
저자소개
책속에서
장자는 바람의 시인이다.
부대괴애기(夫大塊噫氣) 기명위풍(其名爲風)이 그 최초의 명명(命名)이다. 대괴(大塊)의 쉼쉬는 소리가 바람이다. 구멍들이 울부짖는 지구와 우주의 애기(噫氣)를 장자는 바람이라고 명한다. 이 바람의 명명과 출현이 〈제물론〉의 시작이다. 세상의 바람이 여기서부터 불기 시작한 셈이다. 만물이 눈을 깜박이며 의미를 찾기 시작하는 곳이다.
(…)
태고부터 여기에서 바람이 일어나고 그 바람이 모든 사물의 구멍에 닿으면 풍성(風聲)이 생긴다. 자기는 지상의 모든 사물엔 구멍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울지 않는 물건이 없다. 존재하는 것은 운다. 스스로 무언가를 향하여 자신을 울린다.
장자는 이 소리에 민감했던 것 같다. 특히 장자는 자전하는 지구의 땅이 숨을 쉬는 이것의 우주적 심리적 청각을 돋아세울 것을 우리에게 요청하였다. 이 소리에서 제물의 도가 시작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므로 이 울음은 하늘과 바람에 대한 지상적 존재들의 조건이고 성품이며 언어이다. 마치 어미와 조물주를 찾는 지상의 크고 작은 물건들의 호명과 울부짖음과 생명들의 울음소리 같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침묵하게 되고 정처 없이 떠도는 만물들의 정적과 운행이 슬퍼진다.
모든 생명체와 무정물들이 하늘 아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뇌(?)사상도 붕(鵬)사상과 같이 하늘의 사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바람이 사라지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바람이 일어나는 곳도 정해져있지 않다. 알려고 한다면 그건 어리석은 짓.
제물이란 말 자체가 자연에는 없다. 그러나 여기 의심할 수 없는 ‘나’가 있으니 ‘제물론’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나 바깥의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자연, 정치, 이념, 시비로 나아간다. 상아 속에서 보는 세상은 만화경이다. 꿈의 발견은 상아 속에서 천뢰를 듣는 귀와 마음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풍광이 아름다운 바람이 빠져나간 숲속에 있는 침묵의 흐름이 그대가 좋아하는 천진(天眞)의 풍경이다. 소요의 주인공은 무궁자이며 이는 바람을 벗 삼고 그 바람소리를 즐겨 듣는다. 바람과 함께 가지 못한 것들만 숲속에 남아있다. 떠나지 못한 것들만 심심하고 무료하지만 여기가 좋다. 그들이 바로 우리이며 우리 속에 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