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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555401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1-02-08
책 소개
목차
1 콜라츠 추측
2 특별 추천생
3 티끌
4 광기의 증명
5 수각
6 불타오르는 배
7 사나
8 옳은 사람
9 천분
10 풀비스
11 수의 지평
12 불멸의 생명
13 보이는 자
참고 문헌
옮긴이 주석
리뷰
책속에서
고누마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는 잡아먹을 듯이 노트를 보았다. 거기에 쓰여 있는 기호들은 대부분 현대 수학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미지의 언어로 쓰인 노트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본 고누마는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진짜인가?” 여태 침착하던 고누마가 몹시 당황하며 따지듯이 물었다. 이번에는 구마자와가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저도 여기에 쓰여 있는 증명의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구마자와는 이 문장을 처음 읽었던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방을 정리하다 노트를 발견하고 펼쳤는데 이 문장부터 눈에 들어왔다. 증명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_콜라츠 추측
구마자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네가 부러워. 질투도 하고 있어. 너 같은 재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 네 재능을 돈으로 살 수 있으면 백만이든 천만이든 낼 거야. 억이라도 상관없어. 부모한테 손이 닳도록 빌어서라도, 사채를 써서라도 돈을 낼 거야. 내 수명이 10년이나 20년 정도 줄어들어도 괜찮아.”
두 사람의 눈가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먼저 운 게 누구인지 료지는 몰랐다.
“료지, 너는 일류 수학자가 될 거야. 분명히 그렇게 될 거야. 운명이니까. 이제는 좀 인정해.” _광기의 증명
“아름다운 그림이네.”
“이 도형, 망델브로 집합하고 식이 똑같아.”
료지는 또다시 논문을 들이밀었다. 이번에는 ‘망델브로 집합’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가리켰다. 크고 작은 원들이 이어진 모양은 불타는 배 프랙털과 전혀 닮지 않았다.
“두 도형은 실수부와 허수부를 절대치로 했는지 아닌지만 달라. 그런데 결과의 구조가 이렇게나 달라.”
료지는 노래하듯이 말했다.
“자연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 구름을 표현한 식을 응용하면 파도가 될 수도 있어. 눈을 표현한 식을 변형하면 숲이 될지도 모르고. 기본식 하나에서 모든 것이 이끌어질 수 있는 거야. 아,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_불타오르는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