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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91716436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5-12-05
책 소개
목차
이 책을 읽으려 하는 독자에게
1부 세계와의 접점
1 흔해빠진 평범한 행정입원
2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일상
3 살아 있다는 체감과 섭식장애
4 자폐스펙트럼을 자각하다
2부 더욱더 파고들기
1 쓸쓸하다
2 죽고 싶다
3 사과하다, 용서하다
4 자신을 용서하다
5 시간이란 무엇인가
6 만지다
에필로그
마치며
책속에서

나는 지금, 살아 있다.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겪은 일들을 내 생존을 이유로 ‘어쨌든 결과는 좋았다.’라고,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정리하는 것에는 결단코 반대하고 싶다. 나는 죽지 않았지만, 몇 번이나 영혼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영혼의 살인에는 살인자가 없었다. 간호사와 의사 등 의료인들이 부적절한 언동을 한 적은 없었다. 앞서 적은 내 이야기에는 ‘악역’이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소리 내어 “상처 받았다.”라고 말하기가 몹시 어려워졌다. 나는 내가 입은 상처에서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누가 내게 상처를 입혔을까. 누가 내 마음을 죽였을까.
“죽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원래 다니던 병원의 의사가 내게 말했다. 지금도 하루에 스무 번 넘게 ‘죽고 싶다’는 발작에 시달릴 때가 있다. 그건 내 내면에서 치밀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급작스레 외부로부터 들이닥쳐서 나를 찌른다. 극심한 고통이 일어난다.
죽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 아름다운 것을 보며 마음이 움직이기도 하고, 사람과 만나 대화하면서 서로의 마음이 맞닿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에 ‘죽고 싶다’도, ‘살아 있다’도, 전부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다.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이 글을 읽는 당신께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당신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