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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66551
· 쪽수 : 254쪽
· 출판일 : 2022-12-30
책 소개
목차
1부 유정리에 머물다
호랑이와 닭의 동거 09
장풍자 씨의 만담 18
니주가리 씨빠빠 29
흰 개의 경고 37
막내와 왕탱이 47
가재를 잡긴 잡았는데 57
개 주인 그리고 목사 63
2부 생의 한 가운데에서
시절인연 71
하늘에는 영광, 땅에서는 평화 81
묵은 때를 밀다 85
라디오 스타가 된 우조 93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98
책 읽는 시간 106
은진미륵에서 파랑새를 보다 114
백설기 128
조베리아 바람 137
울어라, 열풍아 146
방황하는 청춘들 161
3부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리사이클링 173
너의 이름이 너를 돕기를! 182
밀물과 썰물 188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199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침 숟갈을 놓자마자 방으로 들어간 노모는 침대에 누워서 잼잼잼을 하고 있다. 아기 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퇴행 연습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해야 사람 노릇 제대로 하는 거라며?”
노모는 대답은 하지 않고 우조를 쏘아본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주먹을 쥐고 태어나고 죽을 때는 주먹을 피구 떠나는 거여.”
무슨 선문답인지. 죽을 때가 되니까 귀신이 되어가나 싶어서 우조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본다.
“저승사자가 문간에서 기다리구 있는데, 내가 시방 아꺼운 시간을 밥값 하는 데 쓰게 생겼냐, 그 말이여.”
“그럼 그 잼잼잼은 뭐야?
- 「장풍자 씨의 만담」 중에서
성탄을 며칠 앞둔 일요일 아침이었다. 우조는 종강도 했겠다, 휴일이겠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윤슬이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훌쩍이고 있었다. 왜 저러나 싶어서, 우조는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새 눈이 내렸던지, 일층 슬래브 지붕 위에는 눈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그곳에 새 발자국이 종종종 찍혀 있었는데 그 문양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윤슬이 그 지붕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새들의 발자국 있잖아.”
우조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너무 이뻐.”
“그런데? 이뻐서 뭐!”
“이뻐서 슬퍼. 엄마 미안해…….”
우조는 이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겁이 났다.
- 「책 읽는 시간」 중에서
두 해가 흘러갔다.
오늘은 첫눈이 오려는지 하늘이 암상 떠는 고양이처럼 새침하게 흐렸다.
사고가 난 그해 그날에는 첫눈이 많이 늙은이 살비듬 같은 눈이 희롱하듯이 나풀거리다 말았다. 그날부터 색조 화장을 하지 않았으므로 날씨로 표현하자면 우조의 얼굴은 ‘흐림’이었다. 오늘은 가부키처럼 분칠을 하고, 윤슬과 작별할 생각이다.
절에서 배운 대로 사시에 제를 지낸 후 우조는 윤슬의 방에 들어간다.
옷장을 열어 남은 옷을 꺼내고, 앨범들을 모두 꺼내고, 일기장도 꺼낸다. 일기장에서 종이가 툭 떨어진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잘 있거라!!!
-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