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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0893824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1-07-16
책 소개
목차
이종산 · 생일 축하해!
이유리 · 인어의 걸음마
전삼혜 · 고래고래 통신
이서영 · 데자뷔
리뷰
책속에서
잃어버린 기분인데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몰라 주머니를 더듬으며 길을 걷는 기분. 리라는 그 기분을 잘 알았다. 듣는 것. 아빠. 그런 것들.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으니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 광장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속에 서 있으니 양쪽 주머니에 만져지는 것이 하나씩 든 것 같다. 그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리라의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리라는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그런 것들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에 대해서. _이종산, 〈생일 축하해!〉
그곳은 온통 새파란 색이었어. 지금까지 그런 파란색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 그걸 대체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아무리 값비싼 보석도 그곳의 색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을 거야.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색이 드넓은 공간에 가득 있었어. 그리고 빛이, 눈이 따가울 정도로 강하고 뜨거운 빛이 아주 먼 곳에서부터 내리쬐며 그곳을 꽉 채우고 있었어. 투명하고 부드러운 것이 멀리서부터 다가와 내 얼굴을 쓸고 지나갔고, 가슴 밑으로는 ‘수면’이 찰랑거리며 나를 간질이고 있었지. 아무리 설명해도 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 멋진 감각을. _이유리, 〈인어의 걸음마〉
반향정위라는 건 초음파를 일종의 손처럼 사용하는 거라고 했다. 대략적인 크기와 위치부터 섬세하게는 재질과 굴곡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눈이 아니라 손이었다. 결국 그 반향정위조차 이원에게 눈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이원이 처음 만났을 때의 건방진 애와 다른 애가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허언증이라는 말을 들어서. 가족을 잃었다는 말을 들어서. 이원이 나랑 다를 바 없는 그저 그런 애라는 말을 들어서. 그럴 수 있지. 불쌍한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은 불쌍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거지.
그런데 왜 나는 이 불쌍하다는 감정이, 역겹게 느껴질까. _전삼혜, 〈고래고래 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