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1114157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1-10-22
책 소개
목차
지은이의 말 … 011
프롤로그 … 013
감정 위장 … 018
떠돌이 개 … 032
달과 별 … 049
껍질조차 다 벗겨진 너와 나 … 073
걷는 법 배우기 … 100
서로의 버팀목 … 126
넓고 푸르른 초지 … 147
켄타우로스 … 162
아직 준비 안 됐다고 … 183
구불구불 휜 길 … 212
나를 내보내줘 … 237
월마트 … 247
수백 명 더 … 260
올리비아 … 265
숨겨진 언어 … 274
부서지며 길들어가는 우리 … 279
루트비어 … 296
나를 따라와 … 304
강으로 … 312
단 한 잔도 … 323
몇 차례의 파도 … 335
벨 … 347
온화한 존재들 … 356
감사의 말 … 363
옮긴이의 말 … 367
리뷰
책속에서
말은 주인을 닮는다고들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주가 되어가는 것이다. 말들은 주인의 내면에 자신을 녹아들게 한다. 감정의 위장이다. 목장에 있는 말들은 오랫동안 망가진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다. 그들은 얼굴에, 몸의 자세에, 각자의 독특한 움직임에 인생 역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다닌다. 이 신체적 표현은 말들이 즉각 이해할 수 있는 언어다. 두려움과 그 사촌들-분노와 짜증과 고통-은 재소자들의 걸음걸이에, 그들의 어깨와 목에, 굽은 등에 실리고 눈썹 밑 그림자에 숨어 그들로 하여금 곁눈질로 주위를 살피게 만든다.
이걸 씌우게 해줄 거야? 그 정도로 가까이 가도 돼? 준비됐어?
나는 호크의 어깨 쪽으로 다가간다. 호크가 옆으로 물러나더니, 목을 꺾어 검은색 수장굴레와 붉은 리드줄을 쉭쉭거리는 뱀 보듯 빤히 바라본다.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다신 그런 일 없을 거야.
나는 굴레의 버클을 흔들어 짤랑거리는 소리를 낸다. 호크는 몇발짝 더 물러나지만 멀리 가버리지는 않는다. 나는 오른손을 뻗어 녀석의 기갑**과 어깨, 가슴팍 가운데를 살살 긁어준다. 팔을 얼굴 가까이 더 들어올려 귀 근처를 긁어주면서 노랫말 없는 단순한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녀석의 눈빛이 부드러워진다.
플로르와 새라는 감정이 북받쳐 먹먹해한다. 아래 속눈썹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이 목장에서 두 암말에게 손끝 한번 대지 못한 채 지내온 시간이 얼마인가. 그리 크지도 않은 목장인데 말이다. 여기서는 모든 인간, 모든 동물이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루나와 에스트렐라는 고립되고 외상을 입은 채 너무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그렇게 사는 게 어떤 건지, 플로르와 새라는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