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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1643183
· 쪽수 : 279쪽
· 출판일 : 2021-10-11
책 소개
목차
저자 소개 6
저자 서문(한국어판) 8
편집자의 말(자멘호프의 연설문 포함) 12
01. 베오그라드에서의 이별 14
02. 크로아티아 군신 ‘악마 마르스’ 이야기 28
03. 지하 대피소에서 쓰는 글 47
04. 1991년 가을 자그레브 청소년 67
05. 경보 사이렌 소리 78
06. 부코바르에 사는 레네 89
07. 평범한 날 110
08. 징병 131
09. 프리예도르에 있는 집(제노 후데체크의 경우) 141
10. 사라예보의 5월 154
11. 동원되지 않은 수건(페로 쟈코비치의 경우) 162
12. 다섯 아이의 아버지 170
13. 장례식 190
부록 1. 한국으로 향한 작은 창 198
부록 2. 이스파한(Isfahan)-세계의 절반 222
부록 3. 크로아티아 약년표 249
부록 4. 다시 태어난 나라 크로아티아 252
부록 5. 관련 상식 254
부록 6. 부산일보 저자 인터뷰 266
역자 후기 272
역자 소개 277
책속에서
저자 서문
존경하는 대한민국 독자 여러분께!
저의 조국 크로아티아에서 인사드립니다. 제 모국어는 크로아티아어입니다. 1987년에 독자인 여러분의 나라를 방문했을 때 저는 유고슬라비아 연방 자그레브에 살았습니다. 저는 이사하지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자그레브시에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국 크로아티아는 1918년부터 유고슬라비아 연방에 속해 있다가 1991년에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 독립을 얻었습니다. 그 분리 독립은 간단히 진행된 것이 아니라, 아주 피비린내의 전쟁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은 그 전쟁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 전쟁의 와중에 국제어 에스페란토에 연관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이전 세대는 피의 전쟁을 경험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날의 세대는 이 경험을 모릅니다.
1987년 제가 서울에 있을 때, 누군가로부터 한글로 된 흰색 글귀가 새겨진 녹색 티셔츠를 선물을 받았습니다. 『용비어천가』 제2장의‘불휘 기픈 남(뿌리 깊은 나무)' 라는 글귀입니다. 내가 한국을 방문한 당시에는 여러분의 나라는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 여러분나라를 "가장 비밀이 많은 나라”로 불렸습니다.
자그레브에 폭탄이 떨어졌을 때 옷장에 둔 그 티셔츠는 이미 오래되어 상당히 색이 바랬습니다. 지난 1994년 3월 그 전쟁의 막바지에 나는 이 책의 역자인 장정렬씨와 이 책의 번역판 출간을 의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런 내용의 글을 편지로 썼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지 않아도 됨도 저는 압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역동적으로 생활하시는 독자인 여러분은 지금 크로아티아 전쟁체험을 적은 이 책을 펼쳐 보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나라에 대해 독자가 궁금한 점은 뭔가요?
1987년 단국대학교에서 한 학기 강의하던 그때로부터 5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곳, 유럽의 자그레브, 제가 사는 집 위로 폭탄을 실은 군용기들이 날아다녔습니다. 저는 한국작품 『훈민정음』과 『한국수필소설민담』을 꽂아둔 제 서재를 놔두고 지하 대피소로 피난해야 했습니다.
그런 전쟁을 체험한 저는 대한민국에서도 분단된 휴전선으로 인해 이산가족이 되고 실향민이 된 분들이 자신의 가족을 찾아뵙고 세배할 수 없고, 조상 선영도 찾아볼 기회마저 빼앗긴 고통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저의 서울 방문은 국제어 에스페란토 덕분이었습니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는 이 책을 쓴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저는 에스페란토 창안자 자멘호프가 시작한 에스페란토문화를 제가 배워 익힌 에스페란티스토로서 인류인주의 관점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저는 이 책의 여러 곳에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삶과 운명을 써두었습니다. 이 책은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절망과 희망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 내용 중 일부가 부분적으로 유럽 10개 국어로 발표되기도 했습니다만, 동양에서는 일본어 번역판에 이어 한국어판은, 제가 아는 한, 제 작품이 한국어로 처음 출간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는 한 번도 한국의 아름다움과 친해진 적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유럽의 20세기 마지막 10년에 전쟁 사이렌이 울리는 상황에서 인간답게 살아남기를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장정렬 씨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역자 장정렬 씨는 1993년 빈에서 에스페란토로 발간된 제 책을 한국어로 옮기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전쟁의 포탄이 터진 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전쟁으로부터는 벗어나,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진입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2020년 3월에 진도 5.5의 대지진이 닥쳤고, 같은 해 12월 29일에는 진도 6.2의 더 큰 강진이 닥쳤습니다. 그 두 차례의 대재앙은 그 뒤에도 여진이 더 자주 발생했습니다. 지난 9월 23일 밤에만 해도 흔들림이 감지되었습니다. 지진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해가 될까요? 여러분의 나라는 우리가 사는 땅에서 멀리 위치해, 아마도 여러분은 우리나라가 지진으로 인해 정말 파괴되어 있음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힘든 날들이 어떠했는지 경험해 보시겠습니까?
이 작품『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를 출간해 주신 진달래 출판사 오태영(Mateno) 대표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미지의 독자 여러분, 맑은 가을날에 책을 읽으십시오.
고맙게도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가 좀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것에 동참하게 됩니다.
대신, 전쟁은 경험하지 마십시오.
스포멘카 슈티메치
자그레브, 2021년 9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