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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1716474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6-08-03
책 소개
목차
생물로서의 근본 (상)
생물로서의 근본 (하)
인간의 존엄
내 유전자의 사소한 이야기 (상)
내 유전자의 사소한 이야기 (하)
뱀딸기
집
마더 트리
무관심하지 않은 몸
자전거를 탄 여자아이
새끼 무당벌레는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상)
새끼 무당벌레는 하늘을 볼 수 없었다 (하)
이곳에는 왜 왔어?
바다 유리
아야, 아야
투명 그릇 속의 금붕어
사회주의에 빼앗긴 생활
토마토즙의 흔적
동짓날
리본이 처음 죽었다
일용할 생선
산나물의 쓴맛
상냥한 지옥 (상)
상냥한 지옥 (하)
피카소는 잠옷을 입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작살나무
마치며
리뷰
책속에서
부모님은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 살았는데, 학교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어머니에 남동생에 나까지 세 사람이 도시의 변두리를 지나 가장 가난한 동네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학교 가는 도중에는 마치 미국의 데스 밸리처럼 큰 구덩이가 파인 꽤 넓은 공터가 있었고, 쓰레기와 더불어 동물의 사체가 잔뜩 버려져 있었다. 경제가 혼란스러워진 탓인지, 당시에는 병에 걸린 듯한 말과 개가 자주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중에는 반쯤 죽어서 살아 있는 채로 들개에게 먹히는 가여운 말들도 있었는데, 나는 그들이 그야말로 백골이 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매일 아침 목격하는 죽음의 광경은 지옥 그 자체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회주의란 종교와 예술과 존엄을 사회에서 없앴을 때 인간의 신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사회에서 태어난 나처럼 평범한 아이의 몸은 과연 무엇을 느끼면서 성장했을까. 그곳에서 살아가며 매일매일 말과 신체의 감각을 잃었다. 고등학생 때의 어느 날, 갑자기 말을 할 수 없게 된 적이 있었다. 평생에 걸쳐 당시 잃어버린 말과 신체를 되찾는 것이 앞으로 나의 목표다.
『설국』을 읽었을 때,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뭐랄까, 수천 년 동안 찾아 헤매던 것을 발견한 것 같았다. 내 몸에 맞는 말을. 그때 모든 것이 연결되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시골에서 뛰쳐나온 평범한 여자아이’로서 입시에 실패하고, 나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말인 일본어를 떠올렸다. ‘영화’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 대신 새로운 말을 익혀서 내 몸을 더욱 강하게 단련할 수 있을 거야. 일본어는 바로 내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언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