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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1803112
· 쪽수 : 412쪽
책 소개
목차
제1화 논리의 우산은 쓰더라도 젖는다 … 007p
제2화 니시지바의 프랑스 … 061p
제3화 노래방에서 마왕을 부르다 … 131p
제4화 부채 속으로 사라진 사람 … 201p
제5화 눈을 보고 추리를 말하지 못하는 탐정 … 257p
단행본 저자 후기 … 395p
문고본 저자 후기 … 405p
리뷰
책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불편하다. 주제가 있는 대화라면 몰라도 종잡을 수 없는 잡담이 특히 불편하다. 말하는 동안 시선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모르겠다. 맞장구를 어느 타이밍에 넣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목소리가 작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음량 조절이 어려워서 알아듣기 어려운 작은 목소리 아니면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하는 큰 목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볼륨의 눈금이 둘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화제로 삼을 만한 두서없는 이야기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못한다. 뭐라고 말하며 말을 거는 것이 상식적인지 모른다. 같은 반의 안면 있는 사람과 복도에서 마주칠 때 말을 걸어야 할지 아닐지 일일이 고민한다. 어떤 인사를 건네면 좋을지도 모른다. 뒷줄 사람이 자기소개를 이어가는 강의실에서 나는 책상에 엎드리듯 존재를 최대한 숨겼다. 애초에 자기소개라는 상황이 거북하고 싫어서 견딜 수가 없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나만 일어서서 주변 사람 모두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가볍게 뭔가 재미있는 주제를 섞어가며 자리를 이끈다. 거기다가 대본도 없이 말이다. 신만이 가능한 일이리라. 아니, 애초에 왜 이런 일을 겪게 됐지?
아름다운 실루엣을 보이며 아무 말 없이 놓여 있는 우산을 가만히 바라본 후, 내 300엔짜리 비닐우산과 비교해봤다. 적어도 누구의 우산인지 알게 되면 좋으련만. 우산 주인의 이름을 알면 가령 방송으로 호출할 수도 있고, 법학과 게시판 등 반드시 그 사람이 볼 법한 장소에 몰래 전언을 붙여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산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손잡이에 남은 지문을 핥으면 주인의 혈액형을 알 수 있다거나 하는 특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단순한 대인기피증에 불과할 뿐 그런 능력은 없다. 애초에 손으로 쥐고 싶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도둑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나는 기억을 되짚었다. 이 강의실에서 자기소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귀로는 들었지만, 내 차례가 끝난 후에는 계속해서 책상에 달라붙은 채 뒤를 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