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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1803396
· 쪽수 : 592쪽
· 출판일 : 2025-02-14
책 소개
목차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7
1장 재회 … 27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115
2장 급변 … 119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228
3장 와해 … 231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300
4장 어둠 … 303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363
5장 결단 … 365
6장 반전 … 415
마지막 장 … 509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521
리뷰
책속에서
무로미 교코는 나의 이모다.
20대 후반에 유명한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고, 내가 말을 트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치밀한 구성. 군더더기 없이 읽기 쉬운 문체. 페미니즘이나 루키즘, 정신의학 등 시대를 반영한 다양한 주제들. 그리고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순간 머릿속이 번쩍이는 감각을 맛볼 수 있는 정교한 제목. 무로미 교코의 작품이 갖춘 이 같은 특징은 문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모가 단순히 잘 팔리는 작가를 넘어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추앙받게 된 것은 단지 필력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고향 마을을 흐르는 무로미 강에서 따온 성씨에, 본명인 고가 교코의 이름을 가져다가 붙였을 뿐인 단순한 필명과는 달리, 무로미 교코는 공식적으로는 생년월일 이외의 프로필을 완전히 숨기고 얼굴 사진도 일절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복면 작가’로 살았다. 작품만큼이나 수수께끼투성이인 정체에 대해 소문이 소문을 불렀고, 한 매체에서 이모의 얼굴 사진을 한 장 게재했다. 이모는 격분해 그 매체와 절연하기까지 했다. 사진 속 이모가 매우 아름다웠기에 지금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미모의 작가’로 극찬하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모는 조카인 내가 봐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봄의 따사로움도 여름의 뜨거운 햇살도 아닌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연상케 했다.
“저는 이 단계에서 대대적인 수정을 해서 출판사나 디자인 사무실에 미움을 받을 걸 각오하고 다시 한번 3교를 읽었습니다. 위화감을 나열한 후 그 이유를 파악하고자 필사적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확신에 가까운 하나의 추론을 얻기에 이르렀습니다.”
“추론이라 하심은?”
장지문이 흔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데시가와라는 선언했다.
“《거울 나라》에는 삭제된 에피소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열에 들뜬 표정을 짓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특별한 일인가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의 생각이긴 하지만, 작품을 쓰다 보면 일단 쓴 에피소드를 삭제하는 것쯤 자주 있는 일 아닌가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그런 뉘앙스를 남겨두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모가 작품 속에 삭제된 에피소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시해두었다고요?”
“네. 맞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삭제하는 편이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저는 그걸 지지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프로 작가로서 의심할 여지 없는 일류였고, 작품에 불필요한 뉘앙스를 남기는 걸 허용할 분이 아니셨죠. 따라서 전 이게 선생님이 독자를 향해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수수께끼…….”
“가령 제 추론이 맞다고 가정하면, 삭제된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그건 이 세상에 남아 있는가. 만약 남아 있다면 그 에피소드를 보지 않고 《거울 나라》를 출간한다는 건 오랜 세월 선생님과 함께해온 담당 편집자의 직무 유기가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현재의 《거울 나라》에는 어떤 에피소드가 빠져 있고, 제 이모에 대한 인식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러니까 그 삭제된 에피소드 원고가 남아 있다면 저도 그것을 읽어봤으면 한다. 그런 말씀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