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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 일반
· ISBN : 9791191840452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4-09-3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사물의 물신성과 음성의 주술성
1장 혐오, 음모, 그리고 내전: 집단학살의 패러다임과 정치적인 것의 상황
2장 내전과 현대 민주주의의 상황: 슈미트의 <리바이어던> 해석을 중심으로
3장 너무 많이 알아버린 남자: 내전을 살다간 최인훈
4장 인간이라는 분할과 노동: 벤야민과 크라카우어의 경우
5장 내 몸을 논하지 말라: 법의 불안, 신학의 곤혹, 그리고 철학의 여백에 대하여
6장 아시아라는 은어와 비판의 탈취(脫臭/奪取): 선진국 서사와 식민주의 비판
7장 품성론의 역습: 해방 후 동아시아 식민주의의 변형과 존속
에필로그: 혐오, 광주, 그리고 유신 체제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렇다면 요즘 말썽이라는 인간은 어떤가? 지구에 우주의 기운 급 흔적을 남겼다는 저 인간의 새로운 비판 기획은 어떤가?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물질의 행위성 혹은 존재적 지위를 새로이 평가하면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비판을 재구성하겠다는 기획은? 그 향방을 가늠하기에는 능력과 혜안이 턱없이 모자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구에 회복할 수 없는 해를 끼친 인간이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면, 인간중심주의란 스피박이 말한 대로 투명하고 행위자 없이 빛을 발하는 자리를 채우는 이론과 담론의 효과라는 사실만은 지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을 특권적 행위자로 간주하고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자는 최근의 비판 기획은 자칫 잘못하면 실체 없는 허상을 상대로 구음진경 급의 무공을 뽐낸 것인지도 모른다.
왜 슈미트는 이런 불편을 감수했을까? 적과 동지가 어떤 동기, 이유, 맥락, 상황 속에서 구분되는지의 물음을 왜 그토록 강박적으로 억제했을까? 그것은 이 저작이 커다란 음모론의 구도 속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봤듯 슈미트는 이 저작의 전반부에서 매우 금욕적이고 강박적인 태도로 정치적인 것의 순수한 표지를 정식화한다. 마치 순수한 이론적 동기에서 국가와 주권과 정치와 법률 사이에 얽히고설킨 개념적 난점을 돌파하겠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어 슈미트의 논점은 하나로 수렴된다. 바로 인류를 전면에 내세운 보편주의 비판이다.
그래서 슈미트의 내전은 역사적 종말이다. 리바이어던들을 도륙하여 먹어 치우는 카발라 신비주의의 신화가 여기에 중첩되니 말이다. 그런데 반유대주의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슈미트의 내전과 종말론의 서사는 『홉스 국가론 속의 리바이어던』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슈미트는 학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할 때부터 독특한 반유대주의 속에서 스스로의 사유를 단련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