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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59768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4-02-0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어두운 포옹 7
2월 1일 시 믿는 사람 11
2월 2일 시 선릉과 정릉 15
2월 3일 편지 계절 서간─봄 19
2월 4일 에세이 종점 일기 1─내가 보는 모든 것 25
2월 5일 노트 무드 인디고 31
2월 6일 시 나는 37
2월 7일 편지 계절 서간─여름 41
2월 8일 동시 태어날 조카를 위해 쓴 동시들 47
2월 9일 에세이 종점 일기 2─죽음이 찾아오면 53
2월 10일 시 양양 59
2월 11일 시 강릉 해변 메밀막국수 63
2월 12일 시 파주 67
2월 13일 노트 문제없습니다 71
2월 14일 시 사랑의 바깥 79
2월 15일 시 나루터를 지키는 사람 83
2월 16일 편지 계절 서간─가을 87
2월 17일 시 감은 빛 93
2월 18일 동화 쥐똥 이야기 97
2월 19일 노트 매튜와 마테오 117
2월 20일 시 겨울꿈 123
2월 21일 에세이 종점 일기 3─피라미드 127
2월 22일 시 피부와 마음 137
2월 23일 편지 계절 서간─겨울 141
2월 24일 시 해빙기 147
2월 25일 시 돌아온 이야기 151
2월 26일 에세이 종점 일기 4─평행우주 155
2월 27일 시 차마 161
2월 28일 시 봄꿈 165
2월 29일 편지 계절 서간─추신 169
부록 음악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17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보고 싶은 사람은 어제에 있고
이렇게 나는 또 날짜를 스스로
조용히 옮겨적고 있지만
그 사람은 내가 다가온다 말하고
나는 그 사람이 내게 온다 말한다
눈이나 비처럼
하나하나 온다는 것
이곳에서 나의 슬픔이란
이런 것이다
_2월 1일 「믿는 사람」
곧 저녁입니다. 어두워지면 이곳에는 사람도 짐승도 지나지 않아 무척이나 호젓해지지요. 아무도 타지 않은 버스만 어쩌다 지나가고, 신호등에는 노란빛이 계속 깜빡거립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은 시야에 가득 들어와, 그래서 굳이 눈을 감지 않아도 앞이 깜깜한 곳.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은 더 또렷해지고 눈감아보면 문득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 난 오래된 라디오 같은 게 되어선, 그들이 나한테 들려준 자상한 말을 소리 내보아요. 이곳에서 그건 완전한 혼잣말이지만 그게 퍽 슬프진 않습니다. 그 사람들을 나는 계속 지니고 살 것으로 분류해놨으니까. 그리고 거기에는 늘 당신이 꼭 포함되어 있지요.
그러니 꿈에라도 놀러오길. 당신이 이리로 와 나랑 같이 웃으면 좋겠습니다.
_2월 3일 「계절 서간─봄」
이곳까지 데려다준 것과 같은 번호의 노선버스가 저기 간다. 아직 아무도 그 안에 들지 않았다. 저 앞 정류장에도 사람은 없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곳을 지나친다. 그러고 보면 2월은 저 널따랗고 기다란 차 같지.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멀어지지만 그 일조차 결국 다시 돌아오기 위한 일. 정차하는 장소같이 나는 오래 기다렸던 적도 있다. 시간을. 시간의 얼굴을 한 사람을. 내 안에 잠시 깃들어 살다 영영 떠나겠다, 그러고는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굴다 끝내 언제나 되돌아오고 마는.
이런 생각이 아니라면, 나 하나에 관해서는 굳이 해명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고. 그렇게 앞이 조금은 막막해지지만, 그렇다고 더 나빠질 건 없다. 단지 코 안에 든 맑고 싸늘한 공기가 입 밖으로 나올 때는 탁하고 뜨듯해진다는 것. 나의 안개가 옅어지고 사라질 때 언젠가 그 누군가가 건네는 말이 되어 내 귀에 다시 들어올 것임을 알고 사는 것. 그런 날을 위해 귀 뒤를 깨끗이 씻고 손톱을 바짝 깎고 팔꿈치에 로션 잘 바르고 빗질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_2월 4일 「종점 일기 1─내가 보는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