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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img_thumb2/9791192512747.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251274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4-03-1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역사의 현장에서 사람을 생각하다
학살과 해원의 섬
제주 4·3 현장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
전쟁기념관
외딴섬에 살았던 사람들
소록도
처벌받지 않는 자들의 나라
광주 5·18 현장 (1)
모두가 우리였던 그날
광주 5·18 현장 (2)
좁은 창, 작은 방, 비밀계단
남산 안기부 터와 남영동 대공분실
감옥에서도 지워진 얼굴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봄을 찾아가는 세 갈래 길
마석 모란공원
다르게 흐르는 시간들
세월호 참사 현장
후기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북촌마을에서는 ‘아이고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도 이런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제주 전역에서 마찬가지였다. 당시의 학살을 대놓고 얘기하는 건 금기였다. 억울하게 죽고도 말하지 못하게 한 폭력이 엄연하던 시절이었다. 1952년 어느 날 군에 나갔던 청년이 전사해서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 이 청년을 마을에서 장례를 치르다가 어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아이고, 아이고” 울었단다. 그동안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던 온갖 설움이 그 청년의 장례에서 터져나왔다. 사람들이 모두 통곡했던 사건이었다. 그 일로 마을 신승빈 이장이며 사람들이 끌려가서 곤혹을 치르고 시말서를 쓰고야 풀려났다. 그런 시절을 살아온 것이었다. ― ‘제주 4·3 현장’ 중에서
5·18항쟁 이후에 여성들은 부상당한 남성들을 치료했다. 폭도로 몰릴까봐 병원에 가기도 두렵던 시절이었다. 정신이 나간 남편을 보살피느라 정작 자신의 트라우마는 꾹꾹 눌러두어야 했다. 다친 남자들 대신 생계도 책임져야 했고, 부모와 아이들도 부양해야 했다.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했던 여성들에게 이후 광주는 그리고 세상은 제대로 평가라도 해준 것일까. 당시 여성들의 증언들을 듣다보면, 한국전쟁 때 여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것과 같은 엄청난 삶의 무게를 그들은 견디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광주 5·18 현장 (2)’ 중에서
지금은 고문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정치상황이 바뀌고 독재 권력이 들어서게 되면, 고문이 가장 유용한 반정부 활동가들의 신문 방법으로 채택될지 모른다. 언제나 경계해야 할 일이다. 유대인의 학살이나 한국전쟁 시기의 끔찍한 학살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고문이 횡행하는 그런 세상으로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과거 고문이 자행되었던 역사를 알아야 하고, 그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현장에 가서 듣고 보고 느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고통스럽더라도 그곳을 찾는다. ― ‘남산 안기부 터와 남영동 대공분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