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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2579153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2-10-28
책 소개
목차
서장 또는 종장
제1장 유년기
막간
제2장 소년기
막간
제3장 청년기
막간
제4장 장년기
막간
종장 또는 서장
책속에서
“평행세계는 이 세계에서는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의 세계야. 그러니 아이의 용기는 반드시 어딘가의 세계에서 보답받고 있을 거야. 다른 세계에서 맺어진 아이도 같은 아이야. 그건 즉 아이의 고백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고요미.”
맨 처음엔 그것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당연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 나는 쭉 혼자서 등하교를 하고 있었고, 학교 행사가 있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는 당연하다는 듯 성인 ‘다카사키’로 불렸다. 방과 후에 아무 용건도 없이 친하지도 않은 여학생에게 갑자기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내 고등학교 생활에서는 일어날 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귀에 들어온 그 말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잡담의 일부라고 판단하고 가방을 가지고 교실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내 팔을 붙잡자 무시할 수 없었다. 내심 상당히 놀라면서 돌아보았다.
“고요미, 왜 무시하는 거야?”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내 팔을 잡고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는 것은 반 친구인 다키가와 가즈네였던가 하는 아이였다. 까만 긴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묶고 안경을 쓴 여학생. 성적이 우수한 A반 안에서도 늘 1등을 유지하는 우등생으로 내가 사퇴한 신입생 총대표 역할을 받아들인 학생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0의 세계에서 책장 제일 위 서랍에 지우개를 넣어뒀다고 하자.
그걸 사용하려고 서랍을 열었는데 어째서인지 그곳에 없다.
어라 이상하다, 확실히 이곳에 넣어뒀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번째 서랍을 열어봤더니 그곳에 지우개가 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사용한다…….
그건 지우개를 넣어둔 후에 가까운 평행세계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그 세계가 두 번째 서랍에 지우개를 넣은 세계였다는 거다.
이러한 평행세계 이동을 ‘패러렐 시프트’라고 부른다. 지금은 착각이나 건망증의 원인 대부분이 이것 때문이 아닌가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