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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근대철학 > 칸트
· ISBN : 9791192628486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5-03-20
책 소개
목차
서문
1부 예지계
1강 _ 윤리는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 물자체의 철학
기존 형이상학에 대한 불만 |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경험하는가 | 이율배반, 세계의 비일관성 | 숭고와 무한자의 현시 | 소거될 수 없는 주체 | 정언명령과 형식적 특성 | 안티고네와 아이히만 : 주체의 자리
2강 _ 칸트의 물자체와 헤겔의 절대지
유한성과 절대성의 문제 | 물자체에 대한 헤겔의 비판 | 헤겔의 절대지
3강 _ 신적 폭력에 대하여
폭력 ‘비판’에 대하여 | 윤리의 무조건성과 예지계 | 생명 너머의 윤리 | 피를 흘리지 않는 죽음 | 예지적 순간
2부 악
4강 _ 자유와 필연성에 대하여
중립적일 수 없는 사랑 | 인식된 필연성으로서의 자유 : 스피노자 | 심연으로서의 자유 : 칸트 | 매개하고 소급하는 자유 : 헤겔
5강 _ 악에 대하여
악은 아무것도 아니다 | 덕과 부덕의 구분 | 인간은 돌멩이다 | 최선의 세계 | 인간은 두더지가 아니다 | 악은 실재한다 | 악, 윤리적 질서의 전도 | 「헤어질 결심」과 사랑의 숭고
6강 _ ‘허무에 대한 의지’에 대하여
허무를 향한 의지 | 원한과 타자 부정 | 죄와 자기부정 | 바탕으로서의 금욕주의적 세계 | 공백과 분열에 대한 욕망 | 그럼에도 불구하고 | 헤겔의 자기의식 | 절대적 부정과 추상의 운동 | 인간 본질로서의 ‘무’
7강 _ ‘운명애’에 필요한 것들
가능성에서 파생되는 부정 | 자유와 악 | 폐기된 물자체 | 과잉으로서의 권력의지 | 순환하는 시간? | ‘순간’이라는 문제 | 시간이 아닌 시간 | 반복들, 차이들
3부 보편성
8강 _ ‘환상’에 대하여
인간, 가장하는 능력 | 자유의지, 목적인, 신 | 변용능력으로서의 개체 | 화폐라는 물신 | 화폐물신주의 발생 과정 | 객관적 환상 | 정의라는 예지적 이념 | 숭고라는 예지적 물신
9강 _ ‘교육’에 대하여
‘질문’의 형식 | 이방인으로서의 주체 | 학부모의 ‘난입’ | 계몽이란 무엇인가 | 스스로 생각하라 | 자유로운 존재에 대한 자유의 교육
10강 _ 카프카의 세계에 대하여
가능한 최선의 세계 | 불능의 체계 | 제논의 역설 | 영원한 지연 | 거세된 주체 | 초월론적 태도와 절대적 반역
11강 _ ‘보편성’에 대하여
대립과 토포스 | 이성의 공적 사용과 사적 사용 | 이성의 사적 사용의 문제 | 토포스가 없는 학자의 자리 | 판단력의 문제 | 상상력과 보편자 | 사유와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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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의 인식이 존재의 총체성에 육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칸트는 물자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합니다. 우리 감성에 주어지는 질료들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의 ‘현상’일 뿐이기 때문에 물자체는 우리 인식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유한성의 한계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물자체에 대한 그 어떤 직접적인 규정적 인식도 있을 수 없다는 이 불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읽을 방법은 없을까요? 인식의 한계 앞에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 그 한계를 이용해 우리 삶을 새롭게 해석할 방법은 없을까요? 물자체는 오히려 ‘세계’가 현상들의 질서와 법칙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더 두드러지게 보여 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따라서 인과적 사태로 환원되지 않는 것, 바로 ‘주체의 자유’, 그것이 물자체가 우리 삶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떤 현실이든 결코 자유로운 주체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칸트의 물자체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산이나 피라미드가 숭고한 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무한자라는 이념의 현시가 숭고미를 만들어 낸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장면에 도달하게 됩니다. ‘세계는 비일관적이다’라는 표현은 세계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라면 타당하지 않습니다. 세계는 우리와 관계없이 비일관적이지 않습니다. 세계는 상상력과 지성(혹은 이성)을 통해 세계와 관계를 맺는 인간 없이 비일관적일 수 없습니다. 세계 자체가 균열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구성하려고 접근할 때 비일관성이 발생한다는 것이 칸트 철학의 핵심입니다. 만약 인간이라는 주체가 없다면 세계의 비일관성이나 물자체를 논의할 수도 없습니다. 이 세계가 현상계든 예지계든 그 어떤 하나의 원리에 의한 전부가 아닌 이유는 인간이라는 주체가 그 세계에 개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헤겔의 절대적 시선이란 단순하게 얘기해서 우리의 유한성에 ‘절대적으로’ 입각하자는 것입니다. 초월적 시선 자체를 아예 버리는 것이죠. 무한하고 초월적인 시선을 유한한 인식 아래 놓게 되면 주관 바깥에 물자체가 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즉 우리 인식을 초월한 시선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외부에 있을 것으로 전제된 그런 ‘대상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말일까요? 헤겔은 그런 외적 대상이란 우리 사고의 ‘추상성’ 때문에 발생하는, 다시 말해 우리 사고 자체의 내적 균열로 인해 발생하는 착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칸트는 인간의 정신이 지성과 이성이라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헤겔은 우리 의식이 역사적인 변화를 겪는다는 데 특히 주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