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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한국전쟁 이후~현재
· ISBN : 9791192953045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3-05-04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제1장 생활사를 쓰다
당신의 인생을 들려주세요
알고 싶은 것을 알아내는 방법
‘사회학적’ 분석이란 무엇인가?
과거를 사회학의 대상으로 삼기
생활사를 쓰다
두 가지 ‘올바름’
제2장 아무도 모른다 ― 이연규 고모부
유소년 시절
일본 제일의 교육자가 되고 싶었어
‘해방’과 ‘패전’ 사이
3·1절 파업
체포당하다
하루라도 빨리 도망가야겠다
운을 하늘에 맡기고
남겨진 사람들
고모부의 해방
아름다운 제주
제3장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역사 ― 박정희 고모
할아버지가 우셨을 때
어린 시절
제주도 생활
역사가 되지 않은 경험
일본으로 ‘밀항’
오무라 수용소에서의 추억
노름, 결혼, 일
신낙원과 실크로드
조각난 이야기
개인의 체험에서 역사적 사실을 읽는다는 것
제4장 재일코리안 1세의 전형적인 삶 ― 박성규 큰아버지
와카야마로 피란 가다
조선으로 돌아가다
제주도 생활
해방 후의 혼란
제주 4·3 사건
죽는다는 뜻이 뭔지 몰랐어
마을 사람들의 학살
한라산의 빽빽한 숲
일본으로
스이타 사건
제일 괴로운 일
차별을 인식한다는 것
허드레꾼에서 기술자로
돈놀이꾼의 경호원
전형적인 삶을 살다
제5장 말할 수 없는 이야기 ― 박준자 고모
나이 들어 낳았으니까 도시코
친구가 있었어
4·3 사건 이후
‘무서운 일’의 의미
어머니가 누군지도 몰랐어
다들 엮여 있으니까
조선, 조선, 발바닥이 좀 이상해
입주 노동자 시절
고모의 사랑
고모의 결혼
야간중학교에 진학하다
남한테 말할 수 없는 괴로움
이제는 노래방에서 가사를 읽을 수 있어
펜으로 벌어먹는 가족
말하지 않았지만 드러나는 진실
제6장 아름다운 제주 ― 나의 제주 답사
제주의 부 기사님
일본 할망
고향의 꿈
할아버지에 대하여
부 기사님 이야기
중첩된 폭력
기억의 장소
맺는 글
미주
참고문헌
연표
글의 출처
리뷰
책속에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친척에게 “넌 무얼 해서 벌어 먹고살래?”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차마 웃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나를 대신해 아버지가 나서서 갑자기 “이 애는 강상중(姜尙中) 같은 사람이 될 거래요” 하고 공표해 버렸다. 나는 당황해서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한 적이 없는걸요!” 하고 대꾸했지만 아무도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은 채, “흠, 강상중 말이지?” 하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원이라는 존재조차 몰랐던 그들이지만 강상중만큼은 알고 있었다. 재일코리안으로서 널리 알려진 유명인은 그들에게 영웅이었다.
생활사와 구술사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주 범박하게 말해 보자면 개인이 살아온 삶에 흥미가 있느냐, 개인이 체험한 사건에 흥미가 있느냐의 차이 아닐까. (중략) ‘이 사람은 이때 왜 이렇게 결단하고 이렇게 행동했을까?’를 이해하려는 것은 생활사에 속하고, ‘이 사건은 무엇인가? 어떻게 발생했는가?’를 이해하고 재구성하려는 것은 구술사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 나는 명명백백 ‘보통 일본인’이 아니다. 내가 글을 쓰거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 것은 모조리 ‘재일코리안 3세 여자아이’의 글이고 이야기였다. 아버지가 재일코리안이라는 것, 내 이름이 ‘박사라’인 것, 큰아버지나 고모 들이(내게는 그런 친척밖에 없어서 매우 자연스러웠지만) 학교 친구나 선생님에게는 ‘별나’ 보였다는 것,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부모님에게 “난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하고 물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