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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2953069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3-07-31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4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불편했냐고? 그건 결국 내가 한국인이어서 불편했느냐고 묻는 것이었고, 내 대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둘 다였다. 나는 불편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지만, 두 대답 모두 내가 느낀 감정에 비하면 너무 부족했다.
진실은, 내가 한국인 입양인이란 사실을 사랑한 만큼 미워도 했다는 것이다.
네가 검든 희든 물방울무늬가 들어간 보라색이든 우리한텐 아무 문제도 안 됐을 거야. 부모님은 자기들 딸이 자신들에게 오게 된 이야기를 딸이 이해할 나이가 됐을 때 이 말을 하고 또 했다.
들을 때마다 이 맹세가 내겐 좀 이상하게 들렸지만 나는 매번 그 말을 믿었다.
내 삶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내가 입양된 날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마치 태어난 지 두 달 반 된, 통통한 볼을 가진 2.3킬로그램짜리 아기를 부모님이 병원에서 데리고 오면서 불쑥 존재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친모가 나를 임신한 모습을 상상하기도, 나는 절대 모르고 살아갈 여자에게 내 존재가 오롯이 의존해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친가족 생각을 하느라 보낸 그 모든 세월 동안 사실 친모의 임신과 관련된 모르는 사실들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나는 젊고 건강했다. 아직 노화나 질병, 유전 문제 따위를 걱정할 나이는 아니었다. 친모를 떠올릴 때도 임신한 모습은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었다. 대신 나를 안은 채 내게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만 그렸다.
그런데 이제 내가 임신을 하고 보니, 친모가 나를 배고 있던 그 수수께끼 같은 시간들이 돌연 훨씬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분의 임신은 어땠을까? 왜 그렇게 일찍 분만이 시작됐을까? 혹시 내게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찌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