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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아무튼, 보드게임](/img_thumb2/9791193044308.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044308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5-04-28
책 소개
목차
나는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조커가 보내는 오묘한 미소
세 명이 가면 재수가 좋다
친구 잃는 게임 아니에요!
당신의 플레이는 어느 유형인가요
죽음마저 죽으리니
전략 게임 못하는 사람의 인생 전략 짜기
그게 진짜 게임이라고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보드게임이 (기본적으로는) 타인과 직접 교류해야 하는 종류의 놀이라 그렇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려면 타인의 존재를 긍정해야 한다. 약속을 잡고, 게임을 고르고, 여가 시간을 소모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경험하기 위해 뜻을 모은다. 게임 안에서는 경쟁하더라도 총체적으로는 하나의 합의를 이룬다. 사람을 만난다는 수고를 들일 만한 놀이를 하자는 합의다. 홀로 즐길 만한 매체와 콘텐츠가 넘쳐 나는 지금 시대에 굳이 보드게임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혼자서는 누리기 힘든 밀도 높은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즐기려면 어느 정도는 타인에게 우호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적어도 내가 믿기에는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영혼의 일부는 보드게임에 흡수되었다. 보드게임은 직업과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내게는 독서보다 더 순수한 취미다. 더 심각하게 중독됐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독서와 보드게임은 내게 뿌리가 같다. 둘 다 타인이 품은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만남은 때때로 고충을 낳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즐거움과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두 번째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그렇다면 보드게임이 어떻게 즐겁고 어떻게 의미가 있는지 쓰고 싶었다. 더불어 내 삶을 어떻게 구했는지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바꿔 말하면, 보드게임이 당신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도.
처음 ‘훌라’를 배웠을 때 생각이 난다. 초등학생 시절에 참가한 교회 여름 수련회 날이었다. 잠이 안 와서 숙소 지하의 휴게실에 내려갔더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들 3명이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판돈은 물이었다. 점수를 잃은 만큼 작은 물병을 가득 채워 물을 마셔야 했다. 그날 대판 깨진 사람은 한 번에 7병을 마셨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기본적으로는 건전한 놀이판이었다. 그들은 처음 보는 초등학생 여자애를 기꺼이 게임에 끼워주었다. 같이 놀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하는 듯했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것”은 여기에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