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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img_thumb2/979119306325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91193063255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4-01-1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장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인권이 좋아질까?
어쩌다 대한민국은 ‘갑질왕국’이 됐을까
인권과 인권이 부딪칠 때
인권이라는 상자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우리의 인권은 안녕한가요?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길
2장 그들에게 우리의 나라를 빼앗긴다면?
정당한 거부감
세 살배기 쿠르디가 일깨운 것
“우리도 힘든데 누구를 도와?”
“그들이 진짜 난민인지 어떻게 알아?”
벤담이라면 난민을 거부했을까?
“자네 부모가 전라도 사람인가?”
3장 ‘금수만도 못한’ 자들에게 인권이란?
인간 이하의 인간에게도 인권이?
범죄자의 인권을 빼앗으면 피해자의 인권이 회복될까?
범죄자 인권이 내 안전보다 중요할까?
재발방지가 되려면, 개과천선하려면
우리는 그들과 공감할 수 있을까?
4장 나의 양심은 국가 없이도 존재할 수 있을까?
항일운동에서 배신자 낙인까지
“군대 간 사람은 양심도 없다는 거야?”
총을 들어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형평성을 지키는 대체복무 방안은?
군복 입은 시민의 권리
각자의 위치에서 공동체를 위하는 방식
5장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가 함께 살아가려면
미투, 터질 것이 터졌다
성인지 감수성과 유죄추정
“내가 잠재적 가해자라고?”
우리는 왜 점점 과격해질까?
젠더 전쟁의 승자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을 끝내려면
6장 결혼만은 포기하라는 말의 의미
동성결혼 허용, 시대의 흐름인가?
치유가 인권보호?
‘시민결합’이라는 실험
게이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
7장 혐오 표현도 표현의 자유일까?
악성댓글, 혐오표현, 드루킹 그리고 ‘인터넷 댓글 실명제’
1%를 규제해서 민주주의가 지켜진다면?
1%의 규제로 전체가 위축된다면?
혐오표현도 지켜내야 할 표현의 자유일까?
선거기간에만 실명제를 적용한다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가는 것
8장 장애인 앞에 놓인 장애물을 없애려면
님비즘 때문만은 아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
탈시설은 해결책이 될까?
‘무지의 베일’과 역지사지
9장 공정한 채용을 위한 차별은 정당할까?
모든 스펙은 서울로 통한다?
공정성 아래 희생되는 것들
차별과 역차별, 어디까지가 ‘정당한 차별’일까?
‘그들만의 리그’를 깨기 위하여
공정한 채용을 위해, 차별을 돌아보며
10장 파업할 권리와 불편하지 않을 권리
노동조합권 vs 경영방어권
노동조합, 찬성하지만 참여하지 않는 이유
유연성과 기본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시민교육으로서의 노동교육
11장 일터 괴롭힘은 누가 없앨 수 있을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폭력의 전염
정부가 어디까지 나서야 할까?
자율적인 대책마련의 한계
몰라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권경영을 위하여
에필로그 | AI의 인권감수성은 어떻게 키워주지?
주(註)
저자소개
책속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2017년 11월 29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12월 3일 오후 1시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가두행진과 집회를 개최한다는 집회시위 신고서를 접수했다. 종로경찰서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교통통행에 심각한 불편이 초래되고 안전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행진 구간을 제한했다. 특히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인 효자동 삼거리 통과구간에서는 행진과 옥외집회를 할 수 없다고 금지했다. 청와대 100m 근방에 대규모 시민들이 모일 경우 어떤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뒤는 우리도 잘 아는 이야기죠. 서울행정법원은 헌법 제21조제1항이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경찰 처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사전신고제의 취지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다는 점도 덧붙였죠. 법원은 비상국민행동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집회, 시위가 제한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효자동 삼거리를 포함한 특정 구간의 행진에 대해서는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인근 주민들의 주거권과 통행권을 보장해야 하므로 일몰시각인 오후 5시 14분에 집회와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국민들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지만, 사실 이 결정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청와대 100m 앞에서 집회가 열린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요 경호시설 100m 이내에서는 집회할 수 없게 한 현행법을 감안하면, 시위가 가능한 가장 가까운 거리이지요. 과거에는 경찰 차벽이 수시로 등장해 광화문 일대와 청와대 진입로를 막아서지 않았던가요.
다행히 국민들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평화롭게 행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 앞에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청와대 인근은 손팻말로 상징되는 1인 시위의 장으로 변모했습니다. 기자회견도 종종 열립니다. 인권 경찰로 변하리라 다짐한 경찰은 단속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입니다. ‘대통령 경호법’을 들어 규제로 일관했던 청와대 경호실도 한걸음 물러섰습니다.
당시 담당 판사는 분명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수많은 상황이 머릿속을 스쳐갔을 겁니다. 혹시 성난 군중이 청와대 진입을 시도해 대혼란이 야기되지 않을지, 일몰 이후에 자진 해산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의 주거권이 침해되지 않을지, 만에 하나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받으려면 반드시 청와대 앞 100m까지 진출해야 하는지.
선택은 어려웠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극대화되었고,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시민적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판사 한 명의 인권감수성이 우리 삶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죠. 집회와 시위의 ‘과잉사회’에 살고 있다고요. 아침 일찍부터 울려 퍼지는 구호와 노동가요에 아침잠을 반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평온한 주거권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혹시 시위대의 인권이 또 다른 차별을 낳는 건 아닐까요?
- 1장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 많아지면 인권이 좋아질까?
난민 문제를 다룰 때에는 유독 인도주의적 관점, 인간의 보편적 정서 등 누구도 섣불리 반박하기 어려운 ‘좋은 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난민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인종차별주의나 혐오주의자여서 난민을 배척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죠. 막연한 인권이니 인도주의니 하는 것 때문에 지나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은 법을 만드는 ‘높으신 분’들이 아니라 난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일반 국민이라는 점에서 반발이 더 큽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검토 없이 무작정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이상론적인 접근이라는 것입니다.
- 2장 그들에게 우리의 나라를 빼앗긴다면?
2018년 10월에 〈네이처〉 지에 실린 흥미로운 연구논문 한 편을 소개합니다. ‘생사를 다루는 선택 : 두 가지 악마 중 덜한 것 고르기’라는 주제입니다. 여기 ‘도덕적 기계(moral machine)’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계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뜻하는데요, 브레이크가 고장 나 횡단보도 앞에서 멈출 수 없을 때 핸들을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핸들을 조작한다는 것은 곧 보행자 중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희생시킬지 선택한다는 의미입니다. 훗날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려면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도덕적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할 테니까요. 앞서 소개한 《정의란 무엇인가》의 사고실험 사례와 비슷하죠.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마이클 샌델의 사고실험은 말 그대로 실험이지만, 이제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실제로 이런 판단기준을 프로그래밍해서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알고리즘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는 실제로 누군가가 희생되겠죠.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섣불리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 윤리실험에 전 세계 230만 명이 참여해 13개의 문항에 답했습니다. 노인보다는 어린아이를 구하고, 무단횡단하는 이들을 희생시키고, 동물보다는 인간을 살리고… 대체로 한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국가에 따라 답변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해 문화권의 차이를 들여다볼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흥미로운 항목이 있습니다. 개보다는 고양이가 희생양으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요. 어떤 이유 때문일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고양이보다 더 많이 지목되는 희생양이 있었습니다. 바로 범죄자였습니다.
개와 고양이 간에 어떤 선택의 기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려동물과 범죄자를 가르는 선택기준은 오히려 쉽게 이해될 것도 같습니다. 범죄자는 인간도 아닌 존재, 아니 말 그대로 ‘금수禽獸만도 못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은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나 봅니다. 그리고 머잖아 AI가 얼굴만 보고도 범죄기록을 판별할 수 있다면, 범죄자는 개와 고양이보다 먼저 희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인 ‘도덕적 판단기준’에 따른다면요.
- 3장 ‘금수만도 못한’ 자들에게 인권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