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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93130261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3-11-17
책 소개
목차
도련님
작가 연보
책속에서
기요는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서 이것저것 도와주었다. 오는 길에 잡화점에서 사 온 칫솔, 이쑤시개, 수건 등을 마포로 만든 가방에 넣어주었다.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 해도 듣지를 않았다. 인력거 두 대를 타고 나란히 정거장에 도착한 후 플랫폼으로 나갔다. 기요는 기차에 올라탄 내 얼굴을 말갛게 바라보더니 맥없는 소리로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네요. 항상 몸 조심하세요” 하고 읊조렸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하마터면 울 뻔했다. 기차가 한참 움직인 후 이제는 가고 없겠지 싶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돌아보니 아직 그대로 서 있었다. 기요가 개미만큼 작아 보였다.
_<1> 중에서
‘어제 도착했어. 별 볼 일 없는 마을이야. 다다미 열다섯 장이 깔린 방에 누워 있어. 여관에 웃돈을 5엔 주었더니 안주인이 머리를 마룻바닥에 조아리며 절을 하더군. 어젯밤은 잠을 설쳤는데 기요가 조릿대 엿의 잎까지 먹는 꿈을 꿨어. 내년 여름에는 돌아갈 테야. 오늘 학교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별명을 지어줬지. 교장은 너구리, 교감은 빨간 셔츠, 영어 선생은 끝물 호박, 수학은 산골바람, 미술은 따리꾼. 앞으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편지로 써줄게. 그럼 이만.’
_<2> 중에서
쉬는 시간 십 분이 지나고 다음 교실에 들어가자 ‘첫째, 튀김 메밀국수 네 그릇이니라. 단, 웃지 말지어다’라고 칠판에 쓰여 있었다. 앞 반에서는 크게 화도 안 났지만 이번에는 화가 치밀었다. 농담도 도가 지나치면 괴롭히는 것이다. 떡도 적당히 구워야지 심하게 구우면 타는 것처럼 뭐든 정도가 지나치면 누구 하나 칭찬할 사람은 없다. 이 촌뜨기들은 요령을 몰라서 어느 선에서 그만둬야 하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한 시간만 걸으면 더는 구경할 것도 없는 비좁은 동네에 살아서 달리 흥밋거리도 없으니 튀김 메밀국수 사건을 러일전쟁처럼 떠들고 다니는 거겠지. 옹졸한 놈들이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것이 그런 것뿐이니 화분에 심은 단풍나무처럼 뒤틀린 소인배가 되는 것이다.
_<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