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15602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3-06-2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서문 30년 ‘짬’이 가르쳐 준 것들
1부 내 눈에만 안 보이는
원시에서 왔거나 미래에서 온
빛의 속도를 가진 달팽이
귀 마크
‘각’ 잡힌 찬장
목욕탕에서 나온 고갱
내 눈에만 안 보이는
발가락만 닮았을까?
콩나물시루가 필요해
2부 냉장고 엄마는 없다
죽을 뻔한 엄마 고시원
냉장고 엄마는 없다
자폐증의 잃어버린 역사
태교는 완벽했어요
카펫의 교훈
3부 짱짱 멋진 사람들
이상한 나라의 수도원
‘벼락’ 맞은 버스
돈 튀김 아줌마
행복한 항의, 파파 사이트
책속의책 〈희나 작품집〉
7인의 의사, 흰 가운을 벗다
도망치고 싶어
희나의 대변인들
“노란색입니다”
4부 재미진 실험
“동생이 요즘 이런 작업하니?”
재미진 학교의 탄생
“제가 그림 그려 드릴까요?”
무지개가 된 복수극
환탁스틱 듀오
부끄러운 고백, 부러운 고백
그래서 꽃이 핀다
6시간 10분
아트팜을 향하여
5부 이대로 좋아
희나의 속도
“올치, 잘했지”
평화를 원하노니
나사처럼 돌아가는 일기
우호적 무관심의 시대
뽀뽀뽀
희귀템 해피니스
너의 삶을 응원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 온 사람이 화장실에 갔다 나오더니 “희나가 노래를 부르네요” 하는 게 아닌가.
노래라고라고라고라?
깜짝 놀라 화장실로 들어갔다. 혹시 했는데 역시! 희나는 세면대에 달린 거울을 보며 예의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노래 아녜요. 말을 못 하니까 소리 지르는 거예요.”
“아닌데….”
그이가 정확한 곡명을 대지 못하는 걸 보고 나는 그저 위로 차 하는 말로 믿었다. 그런데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음치 등장 TV 프로를 보면서 깨달았다. 가사가 있어서 음치인 줄 알지, 음만 따라 했으면 괴성! 그러니 희나의 괴성도 음치급의 노래였을 수 있다. 남들이 노래라고 하는 것을 왜 나는 믿지 못했을까.
등잔 밑이 어두운 건 진리이다. 눈에도 맹점이 있다. 그래서 거울이 필요하다. 거울은 바로 남의 눈이다. 내 눈으로 못 보는 내 뒷모습을 거울이 보여 주듯, 내가 못 보는 내 아이의 모습을 남의 눈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 〈내 눈에만 안 보이는〉
마라톤에서 보듯 오버페이스를 하면 결국 주저앉는 순간이 오는 법이다. 중요한 건 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희나에게는 달팽이 페이스가 이미 정해진 그의 궤도였다. 나 또한 장애라는 낙인에 갇혀 혼돈했던 것이다. 궤도 진입까지 도와야 한다는 말은 이미 정상 궤도라는 것을 머리에 집어넣고 있다는 뜻이다. 말로는 장애가 다른 궤도라고 하면서 언행 불일치의 혼돈에 빠져 있었다.
‘이제부터 희나의 페이스를 따라가자. 자기 궤도를 돌 수 있도록 내가 주도하지 말자.’
그러자 희나와 단둘이 있는 일이, 그토록 막막하고 힘들었던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게 되었다.
- 〈카펫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