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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3235447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25-02-03
책 소개
목차
Ⅰ 뛰어오르다
Ⅱ 싹트다
Ⅲ 솟아나다
Ⅳ 봄이 되다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어?
갑자기 시야 한구석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왼쪽 뒤에 있는 무언가.
뭐지?
그 위화감은 말로 잘 표현할 수 없었다.
무언가 다른 질감을 가진 것. 무언가 주위와 다른 것. 그런 존재를 왼쪽 대각선 뒤에서 느꼈던 것이다.
나는 뒤돌아봤다.
그러자 거기에 녀석이 있었다.
그 밖에 다른 참가자들이 우글우글했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한눈에 스튜디오 맨 뒤에 서 있던 녀석을 찾아냈다.
그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 건 어째서인지 주변보다 색이 짙게 보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몇 번이나 기억을 곱씹어봤지만, 분명 그때 주위 아이들은 회색빛이 살짝 도는 옅은 색으로 보였는데 녀석만 거무스름해서 목탄으로 휘갈긴 데생처럼 윤곽이 또렷하게 보였다.
Ⅰ 뛰어오르다
나는 눈을 의심했다. 녀석의 몸은 어떻게 봐도 내 시선보다 위쪽에 있었다.
녀석의 춤에서는 압도적인 삶의 환희가 넘쳐흘렀다.
녀석의 머릿속에, 그리고 녀석을 보고 있는 나의 머릿속에도 버르토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아니, 녀석은 버르토크를 추고 있었다. 우주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보고 있는 ‘형태’가 나에게도 보이는 듯했다.
나는 터무니없이 행복했다. 동시에 터무니없이 분했다.
녀석의 눈부신 춤을, 지금 이때뿐인 요로즈 하루의 감동과 창조의 순간을 목격하는 행운을 독차지하는 기쁨과 어째서 이런 기적적인 녀석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무용수가 되었을까 하는 분함을 음미하며 우두커니 서 있었던 것이다.
Ⅰ 뛰어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