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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3635353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5-01-16
책 소개
목차
방앗간 공격
나이스 미쿨랭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샤브르 씨의 조개
수르디 부인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50세가량으로 키가 크고 깡마른 장교는 도미니크를 간단히 심문했다. 프랑스어를 유려하게 구사함에도 그는 프로이센 사람답게 경직되어 보였다.
“당신은 이 고장 사람이오?”
“아뇨, 벨기에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왜 무기를 들었소?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
도미니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장교의 눈에 파랗게 질린 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프랑수아즈가 보였다. 그녀의 새하얀 이마에 한 줄기 핏자국이 있었다. 두 젊은이를 번갈아 쳐다본 장교는 사태를 대강 짐작하고서 이렇게 덧붙였다.
“총을 쏜 걸 인정하오?”
“엉겁결에 무턱대고 쏘았을 뿐입니다.” 도미니크가 조용히 대답했다.
이런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는데, 왜냐하면 화약으로 까매진 그의 얼굴이 땀에 젖어 있었고, 찰과상으로 어깨에 핏방울이 맺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됐소.” 장교가 되풀이했다. “당신은 두 시간 후에 총살될 거요.”
프랑수아즈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녀의 내면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아버지의 피였다. 그것은 맹목적 열정이었고, 가장 강한 자가 되고 싶은 격렬한 욕망이었다. 아버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며 몸을 떨고 복종하는 어머니를 보았을 때,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오직 경멸뿐이었다. 그녀는 종종 이렇게 되뇌었다. “나한테 저런 남편이 있다면 죽여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