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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171256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4-12-0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요령 없는 사람들에게 7
12월 1일 시 요정을 가르치기 11
12월 2일 에세이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15
12월 3일 에세이 언젠가는 아무도 추지 않는다고 해도 23
12월 4일 에세이 순도 높은 식욕 27
12월 5일 시 잠자코 요정 31
12월 6일 에세이 새 인간의 오후 35
12월 7일 에세이 나누는 계절 43
12월 8일 에세이 너의 모든 몸짓이 큰 의미인걸 47
12월 9일 시 12월에는 요정들이 51
12월 10일 에세이 영생토크 55
12월 11일 에세이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59
12월 12일 에세이 새 인형 인간, 산책을 하다 63
12월 13일 에세이 하찮아 보이지만 위대한 스쿼트 한 개 69
12월 14일 시 요정과 술 마시기 75
12월 15일 메모 받아쓰기 79
12월 16일 에세이 어떻게 죽어야 덜 슬플까 83
12월 17일 에세이 그 무엇의 대신도 아닌 두부 95
12월 18일 에세이 일체개고라 101
12월 19일 에세이 편지에 남는 것 107
12월 20일 편지 퇴고한 편지 115
12월 21일 시 요정과 팥죽 먹기 121
12월 22일 에세이 한술 뜨려면 125
12월 23일 에세이 바보 바보 129
12월 24일 에세이 진심으로 기도해 간절히 소망해 135
12월 25일 시 크리스마스 요정 139
12월 26일 에세이 성탄절 하루 지나 선문답 143
12월 27일 에세이 쥐인님 만들기 149
12월 28일 에세이 영혼이 다 봄 153
12월 29일 시 요정의 마당 159
12월 30일 에세이 송년과 망년 사이 163
12월 31일 일기 수정방 169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구도와 아무도를 배우는 요정
요정이 처음 시를 배우겠다고
인간이 쓰는 시를 배우겠다고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나’를 쓰는 법부터 가르쳤다
요정은
‘나’를
멀리 돌아가는 시를 쓴다
누구도와 아무도를 알려준 날
요정은
시에 외롭다는 말을 없애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내가 너무 아름다운 낭독을 듣고 있는 걸까
요정의 숨소리에
한 번도 손대지 않고
요정의 시에
손대지 않고
요정이 앉을 자리를 정돈해두면서
_12월 1일 「요정을 가르치기」
새 인간이 있다. 여기. 당신의 눈앞에. 평화로운 오후, 모든 게 선명하게 보이는 햇빛 아래. 어떠한지. 새 인간이 보이시는지? 당신은 새도 알고 있고 인간도 얼추 알고 있지만, 새 인간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새도 알고 인간도 알기에, 인간의 형상에 날개만을 단 상태를 새 인간이라고 지레짐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단언할 수도 있다. 눈앞에 그런 형상의 새 인간이 보이지 않으니, 그런 것은 없다고. 그래서 당신 눈앞에 새 인간이 있어도 당신은 아마 새 인간을 보지 못할 것이다. 당신의 새 인간에 대한 견해와 눈앞의 대상이 일치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새 인간은 있다. 당신의 앞에서 당신에게 부정당하며 있는 것이다. 새 인간의 오후는 당신의 오후와 다를 것이다. 시간의 체계도 존재의 용적도 다를 것이다. 새 인간의 오후에 인간은 어떻게 보일까. 당신도 이제 그런 것을 궁금해하길 바란다.
_12월 6일 「새 인간의 오후」
손목과 칼의 방향을 일치시키고, 나무와 그 칼날의 파내는 방향을 일치시키면 쉽다는데, 이게 쉽지가 않았다. 대상과 내 힘의 흐름을 일치시키는 것은 태극권 아니었나. 수저를 만들기 전에 태극권부터 배워야 했던 걸까. 나는 내 힘의 방향도 모르고 손목의 갈 길도 모르고 칼이 나갈 길도 모르는 힘세고 거친 초보였다. 거스르려고 거스른 것도 아니었다. 길을 모르는데 길 아닌 곳을 알겠는가……
하지만 피를 보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게 시쓰기와 비슷해서 신기했다. 주체할 수 없는 힘으로 한 번은 상처를 내거나 상처를 입거나 여하간 법석을 피우게 된다는 측면이 특히. 초보자가 칼을 들었으면 한 번은 피를 봐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알면서도 거슬러보리라라는 마음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로.
만든 수저는 친구 희망에게 선물했다. 시인의 피 어린 수저로, 희망이여 밥 한술 뜨소서, 하면서.
_12월 22일 「한술 뜨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