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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재명과의 동행

대통령 이재명과의 동행

(국가 정상화와 회복을 위한 210일)

우상호 (지은이)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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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재명과의 동행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대통령 이재명과의 동행 (국가 정상화와 회복을 위한 210일)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한국정치사정/정치사 > 한국정치사정/정치사-일반
· ISBN : 9791194880479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6-03-01

책 소개

끊긴 인터넷, 초기화된 컴퓨터, 연필 한 자루 제대로 없던 국정의 시작. 모든 기준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말보다 과정으로, 구호보다 책임으로 증명한 실제 이야기. 광장의 분노와 목소리를 국정의 질서로 옮긴 시간들. 버티고, 설득하고, 책임졌던 현장. 이 책은 성공담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선택의 순간마다 무엇을 감수해야 했는지 숨기지 않는다.
정치는 어떻게 다시 작동할 수 있는가
국가는 어떻게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가

이 책은 한 정치인의 회고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책은 국가 기능이 일시 정지된 자리에서, 정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간들을 기록한 증언록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초대 정무수석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210일 동안 대통령 곁에서 직접 보고, 판단하고, 감당했던 선택과 실천의 현장을 담았다. 선거 승리의 환호가 채 가시기도 전, 인터넷마저 끊긴 텅 빈 대통령실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권력의 기록’이 아니라 책임의 기록, ‘정책 성과 보고서’가 아니라 정치가 다시 작동하는 과정을 증언하는 서사라 할 수 있다.
책의 출발점은 화려한 취임식도, 정제된 국정 청사진도 아니다. 연필 하나 제대로 없던 사무실, 초기화된 컴퓨터, 끊긴 인터넷, 남겨지지 않은 문서... 국가 운영의 물적 토대 자체가 사라진 자리에서 새 정부는 시작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국가 기능이 일시 정지된 상태에서 이재명 정부는 출발했다”고 적는다. 이 책은 그 ‘정지 상태’가 ‘작동 상태’로 전환되는 과정을 정치적 수사 없이 증명한다.

1. 한 통의 전화, 그리고 결단

책은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한다. 2025년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 오후. 저자에게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전화가 걸려 온다.
“저하고 같이 일 좀 합시다.”
이미 다음 해 강원도지사 출마를 결심하고 있던 저자에게 이것은 단순한 인사 제안이 아니었다. 대통령실 참모로 들어간다는 것은 최소 1년 이상을 온전히 국정 안정에 바쳐야 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헌정 중단의 위기를 겨우 넘긴 직후 새 정부의 출범을 떠받쳐야 하는 자리였다. 이재명 후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지금 국가는 위기입니다. 이것저것 따질 틈도 없이 당장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저를 도와주세요.”(p.13)
저자는 그 순간을 이렇게 정리한다.“국가가 위기이니 도와 달라는 요청에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이 결정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이 경력 관리나 정치적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철학적 선택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사람의 일은 하늘도 모른다지만, 1년이나 남은 선거를 마음에 둔 채로 대통령실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이처럼 저자에게 정무수석이라는 자리는 욕망의 통로가 아니라 욕망을 접는 자리다. 개인의 계획을 유보하고, 공적 책무를 선택하는 순간의 내적 동요와 침잠이 책의 첫 장을 이끈다.

2. 텅 빈 대통령실, 맨손으로 시작한 국가 운영

출근 첫날, 정무수석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대여섯 명의 직원과 텅 빈 사무실뿐이었다. 컴퓨터는 초기화돼 있었고, 인터넷은 먹통이었다. 벽에는 시계 자국만 남아 있었다. 저자는 묻는다.‘아니, 이렇게까지 깡그리 치워 버렸어야 했나…?’(p.27)
대통령 집무실은 더 심각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무덤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한다. 볼펜 한 자루조차 남아 있지 않은 공간. 저자는 이를 단순한 부실 인수인계가 아니라 국가 기능에 대한 명백한 업무 방해로 규정한다.
이렇게 모든 것이 사라진 상태에서 정부는 출범했다. 인사 검증, 한미 정상회담 준비, 관세 협상 전략 수립, 경주 APEC 준비까지... 국가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각자 개인 카드로 식권을 사고, 개인 노트북으로 보고서를 쓰고, 밤에는 업무 시스템을 복구했다. 비서실장이 복사기를 돌리고, 정무수석이 회의 자료를 직접 배포했다. 저자는 이 시간을 “한 달간의 맨손 행정”(p.28)이라 부른다.

3. 혼돈 속에서 드러난 리더십

이 극한의 상황에서 저자가 포착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그런 와중에도 중심을 잡고 상황에 맞춰 정확하게 업무를 지시하고, 회의를 주재하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보면서 나는 무척 놀랐다.”“아니, 솔직히 말하면 혀를 내둘렀다.”(p.31)
매뉴얼이 사라진 상태에서 국가를 이끄는 일의 어려움, 감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분노를 삼키고 판단을 유지하는 리더십. 저자는 이를 ‘난세의 군주’라는 오래된 기준으로 설명한다. 치세의 지도자가 아니라, 혼돈을 전제로 설계된 지도자의 모습이었다고.

4. 이재명 실용주의의 본질은 ‘속도’와 ‘감당’

저자가 정의하는 이재명식 실용주의의 핵심은 명확하다.“정무수석으로 일하면서 내가 겪은 이재명 대통령 실용주의의 핵심은 ‘속도’였다.”
여기서 속도는 성급함이 아니다. 지시하고, 점검하고, 성과로 연결하는 속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반발과 오해를 피하지 않고 감당하는 태도다. 저자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옆에서 보며, “한 번 지시하면 반드시 점검한다”는 특징을 반복해서 확인한다.“그건 어떻게 됐습니까?”(p.52)이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라, 국정 전체의 리듬을 만드는 북소리다. 지시는 착수가 아니라 ‘성과 준비’의 시작이 된다. 대통령이 자주 하는 말도 등장한다.“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하다.”(p.53)저자는 이 말을 ‘충직함’과 ‘유능함’의 연결로 해석한다. 여기서 충직함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에 대한 충직함이다.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힘들다”는 이유로 미루지 않는 태도. 그리고 유능함은 속도를 실무로 번역해내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가 맞물릴 때, 속도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체계가 된다. 이 실용주의가 가장 논쟁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전임 정부 장관 유임이라는 고위험 인사 결정 앞에서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아니, 왜 잘할 사람을 일 시키면 안 돼요?”(p.61)
저자는 책에서 이재명식 실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내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를 보며 배운 것은 ‘유연함’이다. 전쟁처럼 치른 선거를 통해 집권했더라도, 굳이 공무원들까지 네 편, 내 편으로 나눌 필요는 없다는 것(막상 그 자리에 올라가 보면,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개혁’이라는 당위성 앞에서도 경직된 사고와 관행을 떨쳐 내는 것(강경한 입장을 고집하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은 무척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 ‘실용’적인 행정을 펼치더라도 목표는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둘러 가다 길을 잃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속도’가 중요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 조건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속도’에 매몰되다 보면, 종종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모험주의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한다) 등이다.”(pp.63~64)
이 대목에서 저자는 이재명 정부 초기의 리더십을 한 문장으로 묶는다. 개혁과 실용을 함께 끌고 가되, 그 앞에 ‘속도’와 ‘성과’를 전면에 둔다. 저자는 말한다. 경계에 설 때 사람이 가장 어렵다고. 관행과 실용, 개혁과 현실 사이의 경계. 그리고 그 경계에서 “꽃이 핀다”고.

5. 소통은 이미지가 아니라 ‘감시를 감내하는 윤리’

국무회의 생중계는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다. 대통령실이 ‘소통’을 말로만 내세우는 순간, 그것은 곧 홍보가 된다. 반대로, 과정을 내보이는 순간부터 소통은 시스템이 된다. 소통은 말솜씨가 아니라 공개·경청·책임이 결합된 운영 방식이며, 그 본질은 결국 감시를 감내하는 윤리에 가깝다는 것이다.
“국무회의도 생중계하는 게 어때요?”(p.68)“국민은 정책 논의 과정을 여과 없이 볼 권리가 있잖아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소통의 경로는 대략 세 가지였다. 통합을 위한 행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경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방식. 대통령은 단호했다.
“누가 내 눈과 귀를 가린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p.67)
기업이든 소상공인이든, 피해를 입은 국민이든 그들의 육성을 있는 그대로 듣겠다는 고집에 가까운 원칙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원칙’이 아니라 ‘실행’이다. 원고는 솔직하게 말한다.
“소신은 추상적인 관념의 덩어리이고, 현실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디테일이 작용한다.”
그래서 정무수석은 대통령보다 한 발 앞서 리스크를 고민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국무회의 생중계는 7월 29일, 현실이 된다. 원고는 그 시간을 “살 떨리는 1시간 20분”이라 부른다. 생중계의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단호하게 적는다.“오히려 ‘불가사의한’ 반향을 불러왔다.”
생중계는 ‘이미지 정치’의 재료가 아니라, 국정 작동 원리를 국민 앞에 올려놓는 창이 되었다.
더 큰 변화는 공직의 태도에서 나타났다. 장관들은 ‘국민이 먼저 본다’는 사실 앞에서 더 철저히 준비했고, 장관이 준비하면 차관과 국장이 따라오고, 그 아래 조직 전체가 움직인다. 이 책은 이를 “커다란 그물망처럼”(p.72) 퍼지는 변화라고 표현한다. 투명성이 공직 기강을 다시 세우는 방식이다. 생중계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적어도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어떤 토론을 하고,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보여 드리는 것도 민주주의에서 굉장히 중요한 영역입니다.”(p.73)
모든 것이 공개되면 소통은 곧 감시다. 하루 7~8시간씩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유리 상자’ 안에서 일하는 일. 난처한 순간에도 숨을 곳이 없는 긴장의 연속을 임기 내내 감내하겠다는 결심. 대통령은 권력을 편하게 누리는 길이 아니라, 불편함을 선택하는 길을 택했다. 이 책이 말하는 ‘소통’은 결국 이런 문장으로 정리된다. 소통은 이미지가 아니라, 감시를 감내하는 윤리다.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행정의 태도이며, ‘보여 주는 민주주의’를 통해 공직사회와 국민의 기준점을 함께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6. 위기 외교의 기록, 그리고 ‘버티기’라는 전략

이 책은 “정상화”라는 말이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무너진 국정 시스템의 잔해 위에서 외교·경제·안보를 동시에 복원해 가는 실전의 언어였음을 증명한다. 특히 4장 <‘운명의 신’이 조용히 움직였다>에 담긴 외교 파트는, 독자가 숨을 고르게 될 틈을 거의 주지 않는다. G7 정상회의 참석,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까지. 저자는 그 시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장르는 서스펜스.”(p.115)
실제로 6월 4일 출범 직후의 한국은 “다발성 외상으로 중증외상센터에 실려 온 환자”(p.98) 같았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고, “국정을 운영할 최소한의 시스템마저 붕괴 상태”였다. 더 큰 문제는 경제였다. 계엄 이후 6월까지 마이너스 성장. IMF나 팬데믹 같은 외부 충격이 아니라 내부의 붕괴로 국가가 뒷걸음질 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 위에, 더 시급한 과제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대외 신뢰도 회복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의 엔진은 다시 걸리지 않는다. 그 첫 갈림길이 취임 13일 만의 G7 참석 여부였다. 준비 시간도, 외교 라인도, 내각도 온전치 않았다. 참모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결단한다. 세계에 ‘한국의 복귀’를 선포하기 위해서였다.
“Democratic Korea is back.”(pp.98~99)
이 한 문장은 장식이 아니라 전략이었다. G7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9개국 정상들과 국제연합·EU·NATO 수장들까지 연쇄 양자회담을 소화한다. 계엄과 탄핵, 전임 대통령 파면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관심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안도와 찬사, 기대가 교차하는 만남이 1박 2일 내내 이어졌다.”(p.100)

7. “도대체 얼마를 더 달랍니까?”: 관세 협상, 국가를 짓누른 3분의 1

이 책에서 가장 생생한 압박감은 관세 협상 파트에서 폭발한다. 취임 첫날부터 10월 APEC에서의 최소 합의까지, 대통령실의 보고와 회의 주제 “3분의 1 이상”이 관세와 협상이었다. 대통령은 묻고 또 묻는다.
“지금 미국과의 대화가 어디까지 가 있습니까?”“미국이 정말 요구하는 게 뭐라고 보세요?”“우리는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어요?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우리가 못 하겠다고 버티면,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이 있습니까?”
목소리는 가라앉고, 참모들의 답이 비관적일수록 대통령의 입은 “일자로 굳게” 닫힌다. 늘 낙관적이고 유머로 의지를 드러내던 사람이, 이 회의만 열리면 유난히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독자에게 묵직하게 남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협상의 관행을 지키지 않았다. 실무진이 작은 합의를 하고 돌아오면 “인천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에 딴소리”가 미국 언론으로 흘러나오는 식이었다. 그리고 2025년 7월 22일, 미국이 일본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협상장은 더 잔혹해진다. 7월 24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출국을 앞둔 인천공항에서 미국 재무장관에게 회담 일방 취소통보를 받는다. 관세 부과 시점(8월 1일)을 일주일 앞둔 때였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인천공항 회군 사건”은 내부 결의를 깨운다. 사흘 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러트닉을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까지 ‘찾아간다’. 저자는 그 장면을 이렇게 다시 그린다. “찾아갔다기보다는 ‘추적’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p.105)하다고. 그리고 한 달 뒤,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장관을 향해 남긴 평가가 이 장면의 증거처럼 따라붙는다.
“아주 터프하고(tough), 똑똑한(smart) 협상가다. 그런 끈기가 결국 한국에 좋은 딜(deal)을 안겨 주었다.”

8. ‘버티기’는 무모함이 아니라 생존: “그래도, 버틴다!”

이 책이 집요하게 보여 주는 게 있다.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설득이며, 버티기는 객기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기술이라는 점. 일본의 ‘무조건 항복’에 가까웠던 협상은 한국의 내부 승인 가능 범위, 즉 ‘윈셋(Win-set)’을 급격히 좁힌다. “일본보다 나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목표가 사실상 마지노선이 된다. 그래서 정부의 1단계 대응은 ‘버티기’다. 저자는 이것을 농성전(籠城戰)에 비유하고, 대통령이 염두에 둔 버티기는 ‘존버’에 가깝다고 적는다.(p.127)
중요한 대목은 여기서 대통령이 “절대 안 된다!”(p.129)며 선물(양보)의 신호조차 쉽게 내주지 않는 장면이다. 농축산물 일부 양보 같은 ‘현실적 타협’ 제안이 올라와도 선을 긋는다. 작은 물러섬이 결국 끝까지 밀리는 길이 될 수 있다는 판단, 그리고 미국이 처음 내민 청구서가 “5,500억 달러”였다는 현실이 그 강경함을 지탱한다. 협상팀은 괴롭고, 참모들은 속이 타고, 금융시장은 비관으로 기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는다. 모토는 단순하다.
“그래도, 버틴다!” “존버에 가까운 전략이었다.”(p.129)
이 장면들은 독자에게 국가 운영의 맨얼굴을 보여 준다. “쌍욕과 드잡이질만 빼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을 것”(p.131) 같은 협상장의 거친 공기, 벤치 클리어링 직전까지 갔다는 후일담. 그러나 그 전쟁의 결말에서 대통령이 내뱉는 한 문장이 이 책의 정조를 결정한다.
“국력을 키워야겠습니다.”(p.130/p.133)
그 말은 자랑이 아니라 서글픔에 가깝다. 강대국이 요구하면 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약소국의 비애를 절감하는 순간, 참모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자는 그래서 말한다. 이번 협상은 ‘승부사 이재명’을 찬양하는 서사가 아니라, ‘슬픈 승부사’(p.133)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국제 질서의 기록이라고.

9. 자정의 트윗, 그리고 오벌 오피스의 반전: “I get it”

이 책의 “서스펜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는, 한미 정상회담 당일 자정 무렵 벌어진 사건 하나로 충분하다. 회담 시작 두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과 X에 한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린다. “Purge(숙청)”, “Revolution(혁명)”, “vicious raid(무자비한 현장 습격)”, “We can’t do business there(그곳에선 더 이상 사업이 불가능하다)” 같은 표현이 속사포처럼 쏟아지고, “한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는 독설까지 이어진다. 한미가 동시에 발칵 뒤집힌다.(p.111)
오해를 풀 시간은 없다. 회담 전에 풀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 독자도 그 공포를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 반전이 시작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차분하게, 그것이 “헌법 절차에 따른 특검 수사”이며 종교 탄압이 아니라는 점, 압수수색은 “미군 시설이 아닌 부대 내 한국군 시설”에 대한 수사였다는 점을 설명한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침내 말한다.
“충분히 이해했다(I get it).”(p.115)
저자는 그 순간 “봄눈 녹듯” 혼란이 사그라드는 체험을 기록한다. 이어 대통령이 트럼프를 “피스 메이커”로 추켜세우고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고 말할 때, 대화의 주도권이 넘어온다. 트럼프가 “매우 강력하고 똑똑한 리더”라고 화답하는 장면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외교의 전환점으로 남는다.

10. ‘운명의 신’은 조용히 움직였다: 사람을 통해

이 반전의 뒤에는 ‘사람’이 있었다. 책은 강훈식 비서실장이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트럼프가 “Ice Maiden(얼음 아가씨)”이라 부르는 인물]와의 핫라인을 구축하는 비하인드를 촘촘히 담는다. 며칠을 신호 보내도 답이 없고, 속이 타들어 가던 중 콜백이 오자 강 비서실장이 급히 워싱턴으로 날아간다. 회담 당일 오전 백악관에서 40분 면담, 그리고 비서실장 간 ‘핫라인’ 합의. 그 타이밍이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고 저자는 적는다.(pp.109~110)
또 다른 ‘사람’의 장면은 김정관 장관의 9·11 추도식이다. 러트닉 장관의 가족사가 얽힌 자리에서 “협상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추도 예배에만 참석하겠다”고 문자하고, 1,000달러를 기부한 뒤, 그날 밤 걸려온 러트닉의 전화로 후속 협상의 물줄기가 다시 트인다. 여기에 IMF 외환위기를 직접 겪은 기억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 “한국이 무너지면 당신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느냐”고 설득하는 장면은, 숫자와 체면의 싸움을 생존의 논리로 전환시키는 결정타가 된다. ‘운명의 신’이 움직였다면, 그 신은 결국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pp.147~149)
이 모든 장면의 끝에서 대통령은 다시 같은 말을 한다. 감정이 아니라 계산, 무릎이 아니라 논리, 포기가 아니라 집요함으로 버틴 끝에서 나온 결론이다.
“국력을 키워야겠습니다.”
이 책은 그 말을 독자의 가슴에 남긴다. 버티기는 무모함이 아니라 전략이며, 외교는 기싸움이 아니라 설득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국가의 “정상화”란 결국 국력의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을.

*
이 책은 한 대통령을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정상화가 어떻게 시작되고,
회복이 어떤 고통을 동반하는지를 기록한 내부자의 증언이다. 그리고 묻는다.정치는 어떻게 다시 작동할 수 있는가국가는 어떻게 다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도망치지 않고 답하려 했던 210일의 기록이다.

목차

서문

1부. 동행: 국민주권정부와 함께한 210일

1장.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저하고 같이 일 좀 합시다”
“형님이 그거 해보세요”
진짜로 인사가 만사였다
용산 대통령실, 남겨둔 게 없었다
복사기를 돌리는 비서실장

2장. 뭐든 일단 만나야 일이 된다
취임 1주일 만에
보기에 좋았더라
‘이재명식 실용주의’, 이해와 오해
“당에서 왜 그렇게 해요?”
“잘할 사람을 일 시키면 안 돼요?”

3장. ‘소통’이란? 공개, 경청, 그리고 책임까지
대통령이 생각하는 소통의 세 가지 경로
Jae-myung Effect
아, 참모란 무엇인가

4장. ‘운명의 신’이 조용히 움직였다
정상화의 시작
한 편의 드라마였던 한미정상회담
참, 슬픈 얘기
어제와는 다른 자리에서
세 번 만나, 세 번을 끄덕이다

2부. 끝과 시작: 나의 귀거래사, 그리고 새로운 책임

5장. 마치 남대천의 연어처럼
내 뒷모습은 아름다운가
혹시, ‘정치’가 체질입니까?
촌놈의 감각
나의 아버지, 어느 세월의 초상
깊이 새겨진 세 글자

6장. 다시 모든 걸 걸어야 할 때가 있다
갈림길에 서다

저자소개

우상호 (지은이)    정보 더보기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자랐고, 청소년 시절 서울 종암동에서 시인의 꿈을 품었다.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윤동주문학상과 오월문학상을 수상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있었고, 이한열 열사 민주국민장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해, 제17·19·20·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여덟 차례 역임하며 ‘말의 정치’를 다듬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원내대표로서 국회의 중심을 지켰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끝으로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 25년 동안 민주당의 한길을 걸었다. 정치의 본령은 갈등 격화가 아니라 조정과 회복에 있다고 믿는다. 당내 대립과 국가적 위기의 순간마다 대화와 타협의 통로를 열어왔으며, 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으로서 다시 한번 정치의 ‘정상화와 회복’의 현장에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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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런 와중에도 중심을 잡고 상황에 맞춰 정확하게 업무를 지시하고, 회의를 주재하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보면서 나는 무척 놀랐다. 아니, 솔직하게는 혀를 내둘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내가 지금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비교하면 금방 답이 나왔다. 나름으로는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경험했다고 자부하는 나도 감탄할 때가 많았다.
이렇게 혼돈인 상황에, 당장 국가의 명운이 달린 일들이 줄줄이 닥쳐오는 지경에서 나라면…? 답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달랐다. 마치 이런 혼돈을 대비라도 한 듯, 북새통처럼 돌아가는 대통령실을 지휘했다.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 송미령 장관 유임설이 5층 복도를 넘어 7층까지 퍼져 나갔다. 요지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라 하더라도, 해당 업무의 최고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인사에 관여하는 5층 비서실장실이 발칵 뒤집혔다. 그런 과격한(?) 발상을 입 밖에 낼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왜 잘할 사람을 일 시키면 안 돼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은 인사의 원칙을 이렇게 정리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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